[데스크 칼럼] '가성비' 이제 그만

입력 2020.10.19 06:00

가성비는 가격대비 성능이 좋다는 뜻이다. 자칫 가격만을 부각하는 건 오산이다. 싸구려 제품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억 소리라는 제품도 이전 세대 혹은 동급 성능 제품과 비교해 저렴하다면 제품을 소개할 때 가성비를 언급한다.

포털을 검색해보니 여전히 많은 제품들이 가성비를 수식어처럼 달고 눈길을 끌고 있다. 극강의 가성비, 초가성비, 갓성비 등 주목도를 높이는 다양한 표현들이 등장했다. 판매 진작을 위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건 분명한 노릇이다.

요즘 PC업계에서 가성비 이슈가 뜨겁다. AMD와 엔비디아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그래픽카드 ‘지포스 30’ 시리즈를, AMD는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라이젠 5000’ 시리즈를 선보였다.

지포스 30 시리즈는 ‘역대급 가성비’라는 찬사를 받는다. 이전 세대 보다 성능은 향상됐지만 동급 기준으로 가격은 최소 이전 수준을 유지했다.

역대급 가성비라는 찬사에 제품을 사려는 이들이 줄을 섰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되팔이가 기승을 부리고 추첨 판매 등 다양한 판매 아이디어가 동원되고 있다. 대기에 지친 소비자들이 구매를 포기하고 이전 세대 혹은 타사 제품으로 눈을 돌리겠다는 이야기도 터져 나온다. 모처럼 구매 행렬을 매출로 이어내지 못하는 유통사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가성비의 대명사로 꼽히던 AMD는 라이젠 5000 시리즈에서는 더 이상 이 수식어를 쓸 수 없게 됐다. 경쟁사를 뛰어넘은 성능에는 칭찬 일색이지만, 향상된 성능만큼 가격도 50달러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인텔과 비교해 가성비의 장점이 무색해졌다는 분석이다. 물론 제대로 된 평가는 11월 정식 제품 출시 이후에 다시 거론될 일이다.

AMD가 곧 ‘가성비’라는 말이 있다. 가성비를 장점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왔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한 때 잘 나가던 AMD가 방향을 잃고 헤매는 사이, CPU 시장은 인텔 천하였다. AMD가 리사 수 박사의 진두지휘로 일취월장한 스펙의 라이젠 브랜드를 들고 화려하게 복귀해 판을 넓힐 때도 ‘가성비’ 수식어가 영향을 미쳤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차세대 제품군이 가성비를 떼고 경쟁이 될까 하는 의구심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AMD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 충분히 대접받을 성능이라는 자부심이 있을 테니 말이다.

최근 발간된 코리아트렌드2021을 보면 내년 돈과 소비에 편견이 없는 새로운 소비세대인 MZ(밀레니얼과 Z세대의 합성어) 세대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으로 마케팅 포인트는 제품의 가치에 지갑을 여는 이들의 약진으로 가성비를 강조하기보다는 취향을 저격할 요소에 중점을 둬야 할는지 모른다.

어쨌든 역대급 가성비로 주목받는 지포스 30 시리즈도, 가성비 장점을 버리게 될 라이젠 5000 시리즈도 넉넉한 공급과 적절한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윤정 디지털테크팀장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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