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이 넘쳐나는 시대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매달 새로 등장하는 상품을 완벽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고객별 보험 현황 분석도 숙제다. 보험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미리 알맞은 상품을 파악해야 한다. 또 신뢰를 쌓기 위해선 정보력이 필수다.

인슈어테크 기업 해빗팩토리가 내놓은 보험 분석 서비스 ‘시그널 플래너’는 이런 설계사들의 수고를 덜었다. 시그널 플래너는 5분만에 고객 보험 가입 정보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 보험 보장 항목과 금액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현재 약 7만여명의 보험 설계사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정윤호, 이동익 해빗팩토리 공동대표 / 해빗팩토리
정윤호, 이동익 해빗팩토리 공동대표 / 해빗팩토리
이동익 해빗팩토리 공동대표는 "여행자보험 등 소액 단기 보험과 달리 보장성 보험은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비율이 80~90%를 차지한다"며 "인슈어테크 기업으로서 기술로 시장을 개선하고 설계사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해빗팩토리는 성장세를 등에 업고 지난해 보험이 어려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그널 플래너를 확장했다.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많은 소비자가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보험을 어렵게 생각한다. 어떤 보험에 가입했는지, 어떤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른다. 지인의 권유에 무작정 가입했다가 해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일반 고객용 시그널 플래너는 기존에 가입한 보험을 분석하고 맞춤형 상품을 추천한다. 의료비 청구 기능도 갖췄다. 앱에서 청구 가능 여부,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고 영수증 사진을 찍어보내면 보험 청구가 끝난다.

이 공동대표는 "네이버나 쿠팡 등에서 쉽게 물건을 사듯 금융 상품을 구매할 때도 소비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분석, 시각화해 방향성을 제시한다"며 "금융 사건 사고를 막고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비전이다"고 밝혔다.

해빗팩토리가 처음부터 보험 서비스를 시작한 건 아니다. 창업 초기에는 가계부 앱 ‘시그널 가계부’를 선보였다. 그 경험을 통해 쌓은 데이터가 경쟁력이 됐다. 사용자의 소비 지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추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물병원 지출 내역이 있는 소비자에게 반려동물 보험을 안내하는 식이다.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는 "건강과 관련된 부분은 보장 분석에 맞게 추천하고 반려동물 보험이나 여행자 보험 등 일반 보험은 소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며 "최근에 건강 검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식습관, 건강관리법 등 제안하고 맞춤형 보험을 추천하는 기능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빗팩토리는 지난주 시그널 가계부에 보험 추천 기능을 연동했다. 연간 의료비 내역을 보여주고 보험 추천이 필요한 경우 시그널 플래너로 넘어갈 수 있도록 했다. 두 앱을 단계적으로 통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결과적으로는 보험을 넘어 금융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정 공동대표는 "50~60대가 되면 납입기간과 보장기간을 고려해 보험에 가입할지 아니면 적금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며 "보험 앱이라고 해서 단순히 보험만 추천하는 게 아니라 개개인의 성향이나, 소득 수준 등을 파악해 금융 상품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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