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 전체를 인수한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은 낸드 사업에서 시장 점유율 2위로 도약하는 등 규모와 기술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20일 공정공시를 통해 미국 인텔사의 메모리 사업인 낸드 부문을 10조 3104억 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양도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텔 옵테인 사업부는 인수에서 제외된다.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전경/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전경/SK하이닉스
10조3100억원은 SK하이닉스 M&A 사상 최대 규모다. SK는 2012년 2월 하이닉스를 인수한 이후 반도체를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공격경영 승부수를 던졌다. 2017년에는 낸드 세계 2위인 키옥시아에 4조원 지분 투자를 한 바 있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은 2021년 말까지 주요 국가 규제 승인을 얻는 데 집중한다. 이후 SK하이닉스가 70억달러(7조9900억원)를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 SSD 사업(SSD 관련 IP 및 인력 등)과 중국 다롄팹 자산을 SK하이닉스로 이전한다.

SK하이닉스는 인수 계약 완료가 예상되는 2025년 3월에 20억달러(2조2800억원)를 지급해 인텔의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와 생산관련 IP, R&D 인력 및 다롄팹 운영 인력 등 잔여 자산을 인수한다.

이번 인수는 D램 대비 약점으로 지적받은 낸드에서 규모 확장과 함께 글로벌 최고 수준의 낸드 SSD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을 해외 핵심 생산거점으로 구축했다. 이번 인수로 인텔의 중국 다롄 공장까지 확보하면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한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21.4%)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낸드 부문은 2019년 기준 글로벌 5위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낸드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5.9%로 1위다. SK하이닉스가 9.9%, 인텔이 9.5%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을 인수할 경우 낸드시장 점유율은 20%에 육박한다. 키옥시아(19%)를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2위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인텔의 강점인 기업용 SSD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향후 인텔의 솔루션 기술 및 생산 능력을 접목해 기업용 SSD 등 고부가가치 중심의 3D 낸드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는 "낸드플래시 기술의 혁신을 이끌어 오던 SK하이닉스와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이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서로의 강점을 살려 SK하이닉스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적극 대응, 낸드 분야에서도 D램 못지 않은 경쟁력을 확보하며 사업구조를 최적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