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메신저 빅3, 블록체인 시장서 대격돌

입력 2020.10.21 06:00

글로벌 메신저 發 윤곽 잡힌 블록체인 경쟁
자체 스테이블코인 포기 안하는 페이스북
세계 중앙은행 CBDC 지원 나선 라인
NFT로 디지털 자산 시대 꿈꾸는 카카오

블록체인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메신저 기업간 경쟁이 더 치열해 질 전망이다. 지난해 등장한 페이스북 리브라를 시작으로 라인, 카카오 등 메신저 기업들이 주도권 잡기에 나선 가운데 각기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메신저 기업들의 블록체인 사업 윤곽이 잡혔다. 리브라로 세계를 흔들어놓은 페이스북은 ‘세계인 대상 스테이블코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은 각국 중앙은행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개발 지원을, 블록체인 대중화를 노리는 카카오는 대체불가능토큰(NFT)에 주안점을 두고 각자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픽사베이
조용하지만 주도면밀한 페이스북…"모두의 통화 노린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 가상자산 ‘리브라’를 선보이고 디지털 화폐 패권 경쟁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현재는 주춤한 모양새다. 리브라를 통해 세계 누구나 은행 계좌 없이도 금전적 가치를 송금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페이스북의 꿈이 세계 규제당국에 의해 잠시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리브라가 유통되면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초래할 위험성이 너무 크다며 강하게 견제했다.

페이스북은 이에 시장에서 제기된 우려를 하나씩 걷어내며 굳히기 작전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올해 4월 페이스북은 리브라 백서 2.0 버전을 깜짝 공개했다. 각국 규제당국 우려를 감안해 리브라를 ‘글로벌 단일 디지털 화폐’ 개념에서 ‘개별 법정화폐와 1:1로 연동되는 여러개 디지털 화폐’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뒷단에서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월가에서 내로라하는 금융 전문가들을 잇따라 영입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페이스북 본사에 금융서비스 전담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리브라를 세계인의 통화로 만드는 등 메신저발 금융 서비스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페이스북 리브라는 세계 어디서나 송금·결제할 수 있는 글로벌 디지털 화폐를 표방한다. 가격 변동성이 심한 일부 가상자산과 달리 각국 법정화폐와 연동돼 가격이 고정된다. 실질 거래를 성사시킨다는 점에서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통화가 될 수 있다. 국가 간 경계도 없어 활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페이스북은 연내 리브라 발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실제 발행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주요 7개국(G7)을 포함한 세계 규제당국에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기 전 서비스를 시작해서는 안된다"며 우려를 재표명했기 때문이다.

라인 "중앙은행 손잡고 CBDC 개발 박차"

리브라같은 민간 디지털 화폐가 광범위하게 활용되면 중앙은행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세계 중앙은행들은 디지털 화폐 연구에 한창이다. 하지만 개발에는 애를 먹는다. 분산원장 기술같은 신기술을 기반으로 자국 특성에 맞는 CBDC를 발행하고 싶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만한 플랫폼 기술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를 다져온 라인은 중앙은행들의 이같은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CBDC 발행을 노리는 세계 여러 중앙은행을 지원하면서 라인 블록체인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라인은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이 지닌 확장성과 안정성 등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각국 중앙은행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형식의 ‘커스터마이징 CBDC’ 개발 지원을 목표한다. 현재 아시아 주요국 중앙은행들과도 플랫폼 기술 적용을 논의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라인이 블록체인 기반 소액결제 분야에 큰 강점을 갖는다고 평가한다. 메신저뿐 아니라 페이, 뱅크 사업을 영위한 데 이어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가상자산 지갑·거래소·개발 플랫폼 등)까지 얹을 역량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기존 금융과 블록체인을 융합해 소액결제 CBDC를 개발하고 사용처를 확대해야 하는 중앙은행들에게는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난 셈이다.

이홍규 대표는 "라인은 메신저와 페이, 뱅크 사업을 영위하면서 금융 산업·규제에 대한 이해도를 갖췄다"며 "여기에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한 토큰 발행과 플랫폼 운영 등 블록체인 사업 경험까지 보유했기 때문에 세계 중앙은행에게는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NFT눈독 들이는 카카오 "디지털 자산 시대 만든다"

계열사 그라운드X를 통해 블록체인 사업을 영위하는 카카오는 ‘블록체인 대중화’에 주안점을 두고 NFT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는 그간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과 카카오톡으로 접근 가능한 디지털 자산 지갑 ‘클립’,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블록체인 ‘카스(KAS)’를 출시하며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어왔다.

대체불가능토큰을 뜻하는 NFT(Non-Fungible Token)는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것을 블록체인 상에서 자산화시키는 것을 일컫는다. 통상 자산화되지 않았던 것들을 블록체인을 활용해 가치를 부여하고 자산화시키는 가상 증표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디지털 저작물 거래나 소유권 증명에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게임 아이템 등이 NFT화되면 이용자가 게임 속에서 획득한 아이템은 게임사 소유가 아닌 이용자 본인 소유가 된다. 게임을 그만두더라도 이용자는 이 아이템을 게임사를 거치지 않고도 직접 타인과 거래할 수 있다.

카카오 그라운드X는 여러 종류의 디지털 자산을 NFT 형태로 담아내기 위한 준비하고 있다. 예컨대 8월 회사는 연예인 포토카드 등을 자산화할 수 있는 ‘클립포카(KlipPOCA)’ 서비스 관련 상표를 우리나라 특허청에 출원했다. 클립포카는 국내외 팬층을 겨냥한 서비스로, 가수 앨범 등에 사은품처럼 제공되는 연예인 사진 등을 NFT 형식으로 제공한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앨범 구매를 늘리는 매개 역할을 하고, 팬 입장에선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자산화시킬 수 있는 셈이다. 실제 현실에서도 연예인 포토카드는 중고거래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된다. 이 과정을 디지털화할 뿐 아니라 포토카드를 자산화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서비스의 특징이다.

카카오 그라운드X는 연예인 포토카드 외에도 개개인이 직접 만든 콘텐츠와 게임 아이템, 디지털 상품권, 할인권, 콘서트 티켓 등 디지털 세상에서 자산화시킬 수 있는 모든 것을 아우르겠다는 포부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