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와 PC 플랫폼에 쏠렸던 게임 업계 무게추가 모바일 환경으로 넘어왔다. 게임을 즐기는 여성 이용자가 늘자 게임 업계가 여심(女心)을 잡을 게임을 속속 선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4월 발표한 2020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0세~65세 국민 3084명의 게임 이용률(2019년 6월 이후 게임 플레이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남성이 73.6%, 여성이 67.3%로 드러났다.

(왼쪽부터) 썸머코드, 마술양품점, 샤이닝니키 이미지/ 각 사 제공
(왼쪽부터) 썸머코드, 마술양품점, 샤이닝니키 이미지/ 각 사 제공
남성과 여성의 비율 차이가 크지 않고, 2019년 게임 이용률 조사에서는 남성 69.9%, 여성 61.3%로 나타난 점을 고려하면 비교하면 여성의 증가 폭이 더 크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에 더해 2020년 모바일게임 이용률의 경우, 여성(64.7%)이 남성(63.7%)보다 높게 나타났다.

게임사 다수는 이런 경향에 발맞춰 특히 여성 게임 이용자가 좋아하는 게임 요소를 녹인 ‘여성향 게임’을 선보여 여심 공략에 나선다. 이들은 주로 ▲아기자기한 그래픽 ▲유명 성우 기용 ▲꾸미기 요소 ▲유명인 활용 마케팅 등을 무기로 이용자 모집에 열을 올린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여성향게임은 수익화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여성 게임 이용자의 영향력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라며 "실제로 여성 게임 이용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게임사가 다양한 장르, 형식을 시험하는 중이므로 업계 전반적으로 여성향 게임 선택지가 더 넓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썸머코드, 남자주인공 4명과 연애하는 이야기 담아…유명 성우 기용으로 몰입도 ↑

썸머코드 이미지 / 스카이엔터테인먼트
썸머코드 이미지 / 스카이엔터테인먼트
스카이엔터테인먼트는 20일 신작 썸머코드를 출시했다. 이 게임은 주인공이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면서 남주인공 4명과 데이트를 하는 이야기를 담은 연애 시뮬레이션게임이다. 회사는 모든 스탠딩 일러스트에 라이브2D(그림이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움직임은 물론 입술 싱크까지 맞춰 몰입도를 높이도록 설계했다.

이 게임은 유명 성우를 기용한 점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이용자는 게임 이야기를 진행하는 과정과 사진, 음성, 선택지 등을 다룰 때 성우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하이큐의 카게야마 토비오를 연기한 심규혁,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타카세를 연기한 신범식, 원피스의 유스타스 키드를 연기한 정주원, 하이큐의 코즈마 켄마를 연기한 이경태 성우의 목소리와 연기를 게임 내에서 만나볼 수 있다. 게임 OST는 김형석 프로듀서가 제작했다.

출시 전 이용자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회사는 게임 출시에 앞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7월 14일부터 8월 24일까지 후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프로젝트 시작 이후 하루 만에 목표 모금액 100%를 달성했다. 최종 모금액은 목표의 185%였다.

마술양품점, 아기자기한 꾸미기 요소와 그래픽으로 여심 저격

마술양품점 오프닝 애니메이션 영상 / 마술양품점 유튜브 채널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는 자체 개발한 신작 마술양품점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게임 개발에는 놀러와 마이홈, 에브리타운 제작진이 참여했다. 마술양품점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용자가 마법 세계 속 마법사가 되어 마술양품점을 운영하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게임이다.

회사는 아직 게임의 출시일이나 자세한 콘텐츠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SD(Super Deformed, 2~3등신 캐릭터 표현 방식) 캐릭터와 마술양품점을 각각 코스튬, 가구 등을 활용해 꾸미는 스타일링 게임의 특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도 아기자기하게 구성해 남녀노소 누구나 게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회사는 10월 13일부터 게임 출시 전 사전예약 행사를 진행한다. 이에 더해 NPC, 제작, 탐험 등 게임 주요 콘텐츠와 세계관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차례로 공개하거나 아이돌 그룹 ‘오마이걸’을 홍보 모델로 선정하면서 이용자 모집에 열을 올린다.

회사는 9월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를 한차례 진행했는데 참여자 중 90% 이상이 정식 출시 이후 게임을 플레이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사전예약자 수는 행사 시작 1주일만에 20만명을 넘겼다.

스마일게이트 한 관계자는 "사실 여심을 공략하는, 아기자기한 그림이나 이야기를 담은 게임은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MMORPG가 대세로 자리잡고, 주목도나 마케팅 비용도 컸기 때문에 관심이 그쪽에 쏠렸던 것도 사실이다"라며 "스마일게이트는 다양한 이용자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다양한 게임을 출시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샤이닝니키, 전작 아이러브니키처럼 시장 평정할 수 있을까

샤이닝니키 홍보 영상 / 샤이닝니키 유튜브 채널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한국 지사 페이퍼게임즈코리아)도 한국 여성 게임 이용자를 공략하기 위해 나섰다. 이 회사는 아이러브니키의 후속작 샤이닝니키로 다시 한번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 전작 아이러브니키는 2016년에 한국에 등장해 최고 매출 순위 기준으로 애플 앱스토어에서 2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4위를 기록해 ‘대박’을 터뜨렸다.

후속작인 샤이닝니키는 코디로 부흥하던 ‘미라클 대륙’의 멸망을 막기 위해 680년전 과거로 가서 디자이너와 협업·대결하며 성장하는 니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게임은 의상 하나를 묘사할 때도 폴리곤(폴리곤 기반 그래픽에서 물체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 5만개~8만개를 사용할 정도로 정밀하게 구성한 것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페이퍼게임즈는 달빛천사에서 루나를 연기한 이용신, 하이큐에서 야마구치 타다시를 연기한 남도형, 개구리중사케로로에서 케로로를 연기한 양정화 성우 등의 연기를 게임에 담았다. 또한 모델 송해나를 광고 모델로 선정해 마케팅한다. 샤이닝니키는 9월 10일부터 사전예약 행사를 진행했는데 최근 사전예약자 수 50만명을 넘기는데 성공했다.

회사는 아직 자세한 출시 일정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중국에서는 2019년 8월에 이미 출시한 게임이므로 한국에서도 머지않은 시기에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샤이닝니키는 중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달성했다. 페이퍼게임즈는 "그동안 쌓은 스타일링게임, 여성향게임 장르 제작 노하우를 이 게임에 모두 녹였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