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90년대 고전 명작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복각 레트로 게임기 시장서 ‘FPGA’ 탑재 기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원본 게임기 회로 동작 방식을 그대로 재현한 덕에 옛날 감성 그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게임팩 등 콘텐츠 호환성도 소프트웨어 에뮬레이션 방식 기기 대비 매우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는 쉽게 말해 ‘프로그램으로 구성할 수 있는 전자회로'다. 회로 변경이 불가능한 일반 반도체와 달리 여러 번 회로를 다시 새겨 넣을 수 있다. 인텔 등 반도체 제조사가 만든 FPGA 칩에 ‘Verilog’, ‘VHDL’ 등 프로그램 언어를 사용해 원본 게임기에 탑재된 각종 반도체 움직임을 해석한 데이터를 입력하면, 마치 해당 반도체를 탑재한 것처럼 동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FPGA탑재 복각 레트로 게임기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에뮬레이션 방식의 레트로 게임기 ‘레트론' 시리즈와 이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일본 사이버가젯의 ‘레트로프리크' 등과는 그야말로 ‘결’을 달리한다.
실제로 레트로 게임 마니아들도 FPGA탑재 게임기를 더 선호한다. 시장에서도 FPGA탑재 게임기는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소량으로 제조되는 탓에 금방 물건이 동난다. 품절된 후에는 이베이, 아마존을 통해 웃돈을 얹어 거래된다. 전세계적인 열풍에 더해 한국서도 스물스물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FPGA 탑재 레트로 게임기에는 ‘알테라(Altera)’가 만든 ‘사이클론V(CycloneV)’ 칩이 많이 활용된다. 참고로, 인텔은 2015년 알테라를 167억달러(19조797억원)에 인수했다.
FPGA 프로세서는 SRAM 기반 FPGA가 많이 사용된다. 이 방식은 플래시메모리나 EEPROM 등 기억 장치에 저장된 프로그램 파일(비트스트림 데이터)을 FPGA칩에 불러들여 동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쉽게 말해 PC 부팅 작업과 유사하다. SRAM기반 FPGA가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사용자가 의도한대로 프로세서 동작 방식을 최적화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아날로그는 최근, 일본 가전사 NEC가 1991년 선보인 8비트 게임기 ‘피씨엔진 듀오(PC Engine DUO)’를 FPGA 칩을 이용해 복각한 ‘아날로그 듀오(Analogue DUO)’를 발표했다.
‘아날로그 듀오’는 오리지널 피씨엔진 휴카드 게임은 물론 ‘슈퍼CD롬2’ 규격의 CD게임도 구동시킬 수 있다. 복각 레트로게임기 특성을 살려 원본 게임기에서 할 수 없던 상위 기종 ‘슈퍼그래픽스' 규격 휴카드 게임도 즐길 수 있다.
게임기는 최신 기술을 접목해 블루투스 방식의 무선 게임패드를 사용하고 풀HD해상도로 업스케일링된 깨끗한 게임화면을 최신TV에 연결할 수 있다.
오락실 게임 기판 수집가들 사이서도 FPGA 프로세서는 인기가 있다. 1980년을 기준으로 40년 넘는 세월이 흐른 탓에 현재 제대로 동작하는 오락실 게임 기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도 FPGA 열풍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런 어려움 탓에 반도체 지식이 부족한 레트로 게임 마니아는 인터넷의 집단지성과 누군가가 이미 기판 해석을 완료해 FPGA 프로그램으로 옮긴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어린시절 추억 속 게임을 다시 재생시켜 즐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