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3분기 실적이 공개됐다. 글로벌 신규 가입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46%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나왔다. 아태 지역의 매출은 2019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안방 시장인 북미 매출 성장률은 12%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아태 지역이 매출 상승을 주도한 셈이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매출 성장률이 두드러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 가입자 수는 9월 30일 기준 330만명이다.

넷플릭스의 실적 발표 후 이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넷플릭스는 최근 구글과 함께 망 무임승차 논란과 조세 회피 등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구글은 국내에서 연 5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한국에 내는 세금은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구글의 역외탈세를 조사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넷플릭스의 역외탈세 문제도 들여다보는 중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여러 논란을 살피기 위해 종합감사에서 국내 법인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책임있는 답변을 할 만한 최고경영자(CEO)는 출석을 거부해 실무진만 참석한다.

넷플릭스가 K-콘텐츠를 해외에 알리는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해준 것은 고마운 일이다. 국내 제작자들이 참여한 드라마 70편쯤을 오리지널 드라마로 전 세계에 서비스했고, 31개 언어의 자막과 20여개 언어로 더빙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망 품질과 서비스 등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면서 국내 콘텐츠를 발판삼아 막대한 수익만 챙긴다는 비판이 크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 구글 유튜브 등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국내에서 만드는 트래픽은 전체 트래픽 중 70% 이상을 차지한다.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해 망 유지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망 이용대가 지불은 거부했다.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의 갈등이 클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는 급기야 SK브로드밴드와 관련 소송 중이다.

서비스 품질 문제 외에 이용자를 보호하려는 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계정에 대한 해킹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넷플릭스 계정 해킹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책임을 이용자와 통신사에 돌릴 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해외 비정상 활동 시 알림을 주는 게 전부다. 환불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한다.

해킹 피해 대응에 대해 소극적인 것은 구글도 마찬가지다. 최근 과방위 소속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구글 계정 해킹, 아이디 도용 등으로 구글에 환불 조치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거나 한달여가 지나 환불을 받았다는 내용의 민원이 의원실로 다수 접수됐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구글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며 "세계적인 IT기업인 구글이 계정 보안 관리를 이렇게 허술하게 하는 것도 문제며, 기업에서 해킹인지 아닌지 구별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매우 무책임한 태도다"라고 지적했다.

구글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팽배하다. 최근 미국 정부에서조차 구글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불공정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앱결제 강제'는 단기적으로 개발업체에 장기적으로 이용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구글은 정말 몰랐을까.

상생과 소비자 보호를 비롯한 여러 책임을 외면한 채 수익 창출에만 골몰하는 행보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켜야 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 보호해야 할 사람을 제대로 보호하는 것이 글로벌 플랫폼 지위에 걸맞은 처사다.

그들이 해명할 때마다 들먹이는 ‘국내법’으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다. 플랫폼은 이용자와 콘텐츠 제공자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구글이 지금 지닌 위상이 혼자서 얻은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