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Q 인터뷰] '천천히 재생' 정석 저자

입력 2020.10.23 09:00

‘천천히 재생’ 이 책은

도시는 수십년간 난개발에 시달렸다. 경쟁과 효율이라는 가치 하에 도시는 급격히 커졌다. 그 결과 수도권에는 수천만명이 몰리는 반면, 지방은 사람이 없어 텅 비었다. 농산어촌은 심지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래서야 도시에서 행복한,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란 요원하다.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이자 도시 설계 귄위자 정석 저자는 ‘도시는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하는 것이다’고 주장한다. 그는 도시를 재생해서 공간을 바꾸고, 우리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발의 흔적에 신음하는 도시를 치유하고, 소멸 위기 마을을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천천히 재생 / 메디치미디어
정석 저자는 책 ‘천천히 재생’으로 도시, 그리고 우리에게 새 삶을 가져다줄 방안을 논한다. 이 책에는 도시는 과연 무엇인지, 개발의 시대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 결과 사물화된 도시에 어떤 부작용이 생겼는지를 조명한다.

나아가 정석 저자는 도시와 사람을 함께 되살리는 ‘삶터 되살림’을 선언하고 다섯가지 원칙을 제안한다. 이미 삶터 되살림에 들어간 한국과 일본의 도시 현황도 풀어 썼다. 이를 통해 도시를 삶의 공간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천천히 재생’을 쓴 정석 저자에게 다섯가지 질문을 물었다.

Q1. 도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재생하는 것’, 저술 동기는 무엇인가요?

-한국은 오랜 기간 ‘개발 시대’를 살았다. 개발 시대에는 도시도 물건처럼 빨리빨리 만들었다. 개발 시대 국민들은 삶에는 관심을 가졌지만, 도시를 어떻게 만들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국민의 몸과 마을, 도시와 국토가 아픈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은 이제 ‘재생 시대’에 접어들었다. 재생 시대에는 내 몸, 내 마을과 도시, 국토까지 아픈 상태를 잘 보듬고 살려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아픈 상태를 되살릴 수 있겠는가라는 물음에서 쓴 책이다.

Q2. ‘재생’이라는 관점에서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이라고 생각한 도시,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한국의 도시 재생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다. 성공사례를 들기에는 이르다. 소멸 위기에 빠진 지방 중소도시, 원도심, 시골 마을을 살리기 위해 전국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을 소개한다. 원도심의 빈 건물을 활용해 마을 호텔을 만든 강원 정선, 충남 공주, 전북 군산과 전주 등을 들겠다. 이런 다양한 도시 재생 사례가 조금씩 살아나는 단계다.

시골 도시 중 경남 하동, 유명한 소설 토지에 등장하는 곳에서도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여행 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역의 보물을 알리고, 사람을 초대하며 마을을 살리고 있다. 이런 사례가 전국 방방곡곡에 있다.

Q3. 오늘 강연이 열린 서촌의 매력, 이 매력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지 조언해주세요.

-서촌의 매력을 느끼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골목길을 정처없이 천천히 느릿느릿 걷는 것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 걷다가, 보다가, 다리가 아프면 차나 막걸리를 한잔 하면서. 구석구석 걸으며.

마침 서촌 주민들이 최근 ‘서촌 살아보니’라는 책도 냈다. 서촌이 얼마나 매력적인 곳인지 과거와 지금 이야기를 망라한 좋은 책이다. 서촌은 서울에 드물게 남아있는 옛 마을이다. 세계 어느 도시나 마을이나 깊은 맛을 보려면 걸어야 한다. 차를 타면 얕은 맛만 본다. 목적지로 다가가는 걷기보다, 목적 없이 길을 잃은 듯 걸어봐야 도시의 맛을 볼 수 있다.

Q4. 저자로서 독자가 꼭 읽었으면 하는 챕터 혹은 문장을 두세개쯤 선정해주세요.

-이 책은 총 5장이다. 1장에는 재생의 정의, 2장에는 개발시대에서 재생시대로의 전환 이야기, 일본과 우리나라의 재생 사례가 각각 3장 ,4장이다. 이 책은 5장부터 읽어라.

5장에는 내 몸을 재생한 경험담, 내 마음이 무너진 것을 살려낸 재생의 이야기가 있다. 한국은 국민소득 3만달러 선진국이다. 그런데,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 왜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은 선진국일까? 나와 우리 도시, 우리 국토의 행복을 되찾는, 살려내는 일은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 출발이 내 손이다. 손으로 텃밭을 일구고 목공을 하는, 우리 손으로 우리가 바라는 도시와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 5장이다.

도시는 물건이 아니다. 생명체다. 한국 국토는 하나로 이어진 한 몸 생명체다. 우리 도시와 국토가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고 무엇이, 왜 문제인지 알아야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치유해야 하겠는가를 알아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 그 방법을 더 빨리 알 수 있다.

Q5. 저자님이 꿈꾸는 도시를 이야기로 묘사해주세요.

-도시의 주인인 시민들이 주인 역할을 다하는 도시다. 과거 시민들은 도시의 주인 대접을 받지 못했다. 도시에 대한 시민의 권리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도시권’이다. 이런 생각이 싹트고 보편화된 것이 최근이다. 도시의 주인은 자본도, 권력도, 단체장도 아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이 주인이다.

문제는, 시민들이 도시의 주인임을 알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야 도시가 산다. 시민들이 제 살기 바빠 주인 의식을 갖지 않고 주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도시가 쇠퇴한다. 누구도 원치 않는 도시가 되고 만다.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당당히 행사하는 시민들이 사는 도시가 바로 내가 꿈꾸는 최고의 도시다. 도시의 주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끝에 쓴 책이 ‘참한 도시가 좋다’, ‘도시의 발견’, ‘천천히 재생’이다. 이 책 세권은 ‘도시의 주인되기’ 3종 세트다. 내가 우리 도시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해보라. 우리 마을과 도시를 살펴보고 할 수 있는 부분부터 바꿔나가보라.
'천천히 재생' 정석 저자 5Q 인터뷰 / 촬영·편집 차주경 기자
※역사책방은 10월 중 출판 강연과 행사를 아래처럼 마련합니다.

10월 22일(목) 19:30 정석 저자 ‘서촌, 참한 도시’
10월 27일(화) 19:30 김미경 저자 ‘그림으로 서촌을 읽다’
10월 28일(수) 19:30 윤후명 저자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

역사책방 페이스북/홈페이지에서 확인·신청할 수 있습니다.

저자 정석은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3년간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에서 근무했다. 북촌 한옥마을과 인사동 보전, 도시 경관, 걷고 싶은 도시, 마을 만들기 등 여러 도시설계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2004년부터는 동북아도시연구센터장을 맡아 중국과 북한의 도시를 연구했다.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 ‘도시의 발견: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 인문학’을 썼고, ‘천천히 재생’은 세 번째 도시 이야기이다. 첫 번째 책에서는 "어떤 도시가 좋은 도시인가?", 두 번째 책에서는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물었다면, 이번에는 ‘재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도시의 본질을 탐구한다. "도시는 무엇이고, 도시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밖에 함께 쓴 책으로 ‘집은 인권이다’, ‘저성장 시대의 도시정책’, 연구 저서로 ‘서울시 보행환경 기본계획’, ‘북촌 가꾸기 기본계획’ 등이 있고,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book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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