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표준 약관 도마 위"
여신협회 "표준 약관은 여전법 따른 것"
금감원 "필요 시 유관기관 협의 하에 조치"

한 사업자가 타인 명의로 신용카드 가맹점을 이용하는 이른바 '신용카드 위장가맹점' 적발 건수가 수년째 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법망을 피해 탈세하는 사업자는 계속 늘고있지만, 유관기관인 여신협회·금융당국 등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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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세청의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 위장가맹점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년~2020년 6월) 위장가맹점 적발 건수는 9287건으로 집계됐다.

위장가맹점은 탈세가 목적이다. 신용카드 매출 전표를 허위로 발행하는 가맹점을 말한다. 예컨대 A 유흥주점에서 매출이 발생했지만 세금 추적을 피하고자 전혀 다른 B 상점에서 결제한 것으로 위장하는 식이다. 보통 사행성 도박 및 유흥업소 등에서 많이 사용한다.

위장가맹점 적발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16년 1949건에서 이듬해에는 2134건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2243건, 2019년 2269건 등 해마다 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692건으로 집계됐다.

적발 건수가 계속 늘어나자 화살은 여신금융협회를 향했다. 유흥업소 등을 등록 불가 업종으로 명시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이유다. 카드 가맹점 표준약관 제정 주체가 협회에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가맹점 표준약관'에 명시한 '등록 불가 업종' 분류 기준이 포괄적이어서 위장가맹점으로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지적한다. 현재 카드 결제가 불가능한 가맹 업종은 사행성 게임물, 카지노, 경륜 및 경정, 금전채무의 상환 등 11개다.

여신협회는 협회 약관에 명시된 등록 불가 업종 기준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나온 내용이며 법령 개정은 금융당국과 협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유흥업소 등을 등록 불가 업종으로 추가해 카드 결제를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현금결제를 유도해 탈세를 부추길 수도 있다. 더구나 가맹점에 가입하려는 사업자를 제한하려면 사업자가 납득할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탈세를 목적으로 숨기려고 마음 먹으면 못 잡아내는 경우도 많다. 적발건수가 늘어나는 게 꼭 나쁜 의미는 아니다"라며 "과거부터 관련 자료를 토대로 살펴보면 위장 가맹점 신고 건수는 줄어든 반면 적발 건수가 늘었다. 오히려 국세청이 신고 들어오는 것보다 많이 잡아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협회 약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 "유흥주점은 카드 가맹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는 없다. 약관 수정을 하려면 (등록 불가 업종이 명시된) 법문을 먼저 수정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금융당국 또한 카드 위장 가맹점 관련 사안은 국세청이 운영 주체라고 언급했다. 카드 결제 관련 사안이지만 당국에서도 잡아낼 방법은 없다. 지금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국세청은 여신협회로부터 신용카드 승인내역을 전달받고, 그 안에서 이상한 거래가 발견되면 현장 확인을 거쳐 위장 가맹점을 적발한다. 위장가맹점이 확정되면 협회는 가맹점을 해지하고 대금 지급을 중지하는 등 조치하는 식이다.

여신협회와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 법령 개정이나 약관 수정 등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협의하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