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구매패턴과 사용자 행동 로그 등 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 고도화와 솔루션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러 계열사를 둔 기업은 제품 개발은 물론, 계열별로 흩어진 데이터를 취합해 그룹 전체가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전략을 데이터를 통해 수립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각 기업은 데이터 전담 부서를 창설하고 데이터 최고 책임자(CDO, Chief Data Officer) 등 관련 인사를 임명하고 있다.

기업 내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CDO(Chief Digital Officer)와는 사뭇 다르지만 흩어진 데이터를 모아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는 전담부서 창설과 책임자 임명도 역시 디지털 전환(DT)의 핵심 기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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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전담 부서 창설, CDO 임명하는 기업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 유통BU(부문)는 지난 1일 강희태 부회장 직속으로 데이터·인공지능(AI)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계열사별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해 맞춤형 쇼핑 서비스 고도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유통과 물류 등 그룹 전 부문에 걸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미래 전략 도출에도 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윤영선 롯데정보통신 상무를 데이터 최고 책임자(CDO, Chief Data Officer)로 임명했다.

TF는 윤 상무를 중심으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인공지능(AI) 개발자 등 10명의 IT 전문가로 구성됐다.

TF 데이터 분석 결과는 지난 4월 출범한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 서비스 고도화에 우선 활용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원하는 상품을 추천하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앞서 11번가는 2018년 9월 신규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한 후 데이터분석팀을 창설, 운영하고 있다. 11번가의 사용자 행동 로그와 상품정보, 주문 이력 등 다양한 데이터를 결합·분석해 검색과 추천 서비스 고도화를 지원하고 있다.

사용자 행동 로그의 정의 및 설계, 품질관리부터 서비스 지표 개발 및 주제별 데이터 분석, 각종 리포트 개발 운영, AB Test 설계와 결과 분석 지원 등 데이터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11번가의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 고도화 작업은 주효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2020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조사에서 오픈마켓 부문 12년 연속 1위에 올랐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11번가 관계자는 쇼핑 편의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하반기에는 쉽고 빠른 상품 탐색을 위한 PC·모바일 앱 서비스 동시 개편, 1억개 이상 유·무형 상품 대상 '선물하기' 서비스 등을 진행했다.

데이터, 쌓는 것보다 활용이 중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수요 증가, 재택근무 전환으로 많은 양의 소비자 관련 데이터와 기업 내 데이터가 생산되고 있다. 각 기업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미래를 향한 인사이트 도출을 시도하지만, 분석할 데이터의 양에 비해 이를 전담할 조직이나 인사가 없어 속도가 나지 않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활용 가치가 높은 데이터가 방대하게 쌓여 있어도 빠른 분석을 통한 서비스 고도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디지털 전환 선도 기업은 데이터 전담 조직과 인사 배치로 혁신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