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테크] 지름 4.3㎝ 골프공에 숨겨진 1500개의 비밀

입력 2020.10.24 06:00

골프공은 물리, 화학, 컴퓨터, 잔디 등 다양한 기술 집합체
제조사 별로 ‘딤플’ 크기도 제각각

골프는 인간이 즐기는 스포츠 중 가장 멀리 공을 날리는 게임이다. 드라이버 샷의 경우 300야드(274.3m) 안팎을 날아간다. 지난해 가을부터 몸집을 키워 ‘헐크’로 변신한 미국의 브라이슨 디섐보는 350야드(320m)의 초장타를 날린다. 골프 다음으로 공을 멀리 날리는 스포츠인 야구의 경우 홈에서 중앙 펜스까지의 거리가 120m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골프의 장타력은 더욱 돋보인다. 프로 골퍼라면 웨지를 잡고 가볍게 홈런을 치는 셈이다.

타이틀리스트 골프공 모습. 골프공은 지름 4.3㎝, 무게 45g에 불과하지만, 관련 특허는 1500개나 된다. 물리·화학·컴퓨터 공학 등 첨단 과학의 집합체다. / 타이틀리스트
골프공은 왜 이렇게 멀리 날아갈 수 있을까. 강하게 때리기 때문일까? 단순히 이런 설명만으로 골프공의 비거리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골프공이 뜨는 이유는 중력보다 위로 뜨려는 양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클럽으로 공을 때리면 로프트 각도(페이스 누운 정도를 표시하는 각도)의 영향으로 백스핀이 걸린다. 이 상태에서 공기의 흐름을 보면 공 위쪽의 공기 흐름은 빠르고 아래는 느리다. 상부는 공기와 백스핀의 진행 방향이 같은 반면 아래는 서로 반대 방향이어서다. 이로 인해 공 위쪽에는 저기압, 아래에는 고기압이 발생한다. 공은 공기 흐름이 빠른 위로 떠오르게 된다. 비행기 역시 날개의 상부와 하부의 디자인을 달리해 공기의 압력 차이를 만들어 양력을 발생시킨다.

골프공의 상징은 딤플(dimple)이다. 대부분의 스포츠에 사용되는 공은 매끈한 데 비해 골프공의 표면은 움푹움푹 패여 있다. ‘작은 분화구’ ‘보조개’ 또는 ‘곰보 자국’에 비유되는 이 딤플이 공을 보다 멀리 날게 만드는 핵심이다.

초창기 딤플은 현재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19세 후반에는 산딸기 무늬(The bramble) 패턴을 사용했다. 현재처럼 오목한 게 아니라 불룩했다. 20세기 초에는 줄무늬, 그물 무늬(사각형), 초승달, 그리고 삼각형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가 다양했다. 그러다 현재의 분화구 형태로 통일됐다. 유일하게 캘러웨이가 출시하는 공의 딤플은 벌집 모양의 육각이다.

딤플은 어떤 역할을 할까. 비행 중인 골프공은 공기의 저항을 받게 된다. 볼의 앞뒤 표면에 작용하는 압력 차이 때문에 생기는 형상 저항(form drag)과 공기와의 부딪힘으로 인해 생기는 마찰 저항이 발생한다.

형상 저항은 말 그대로 형태 때문에 발생하는 저항이다. 스포츠카나 비행기를 유선형으로 제작하는 이유도 이 형상 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이에 비해 둥근 형태는 상대적으로 저항을 크게 받는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골프공의 표면을 흐르는 공기는 공의 중간 이후부터 속도가 급격히 줄면서 뒤쪽의 압력이 현저하게 낮아지고, 공의 앞과 뒤의 압력 차이로 인해 저항이 발생하는 것이다.

딤플은 이러한 저항을 줄인다. 공기가 오목하게 패인 딤플을 지나면서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이 소용돌이 덕분에 공 뒤쪽의 공기 흐름이 한층 원활해진다. 표면을 무조건 거칠게 한다고 해서 저항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딤플의 지름과 깊이, 공기 흐름의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골프공에서 생성되는 힘 관련 개념도. 공기의 흐름과 백스핀이 방향이 같은 골프공 상부에는 저기압이, 공기 흐름과 백스핀 방향이 반대인 하부에는 고기압이 형성된다. 양력은 이런 기압 차이에 의해서 생긴다 / 박태성 프리랜서
얼핏 딤플은 모두 똑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 개의 공에도 여러 종류의 딤플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지름과 깊이, 크기가 다른 딤플이 일정한 패턴으로 배열돼 있다.

딤플이 많을수록 좋은 걸까. 과거 공 한 개에 무려 1000개가 넘는 딤플이 있는 공이 나온 적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대략 300~450개 정도가 이상적인 딤플 수라고 평가한다. 공 표면에서 차지하는 비율(딤플 커버리지)은 75~80%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육각 딤플 공을 출시하는 캘러웨이 측은 "딤플 커버리지가 높을수록 공의 성능은 좋아진다. 다른 회사들은 둥근 딤플을 사용하기 때문에 공 전체를 커버할 수 없지만 우리의 육각 딤플은 100%를 커버한다. 공기 저항을 훨씬 적게 받는다 "고 주장한다. 육각 딤플은 캘러웨이만의 특허다.

캘러웨이 측은 "다른 회사들은 둥근 공에서 딤플을 음각으로 파낸 디자인이지만 우리는 둥근 공에 육각 그물망을 씌운 형태다"라고도 했다. 각 브랜드들이 공 위아래의 접합선 디자인 등을 통해 딤플 커버리지를 높이려고 노력하려는 걸 감안하면 딤플이 차지하는 면적이 클수록 공기 저항이 적다는 캘러웨이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캘러웨이 골프공의 구조 및 딤플 이미지. 일반적인 원형이 아니라 벌집 모양의 육각형이다. 캘러웨이 측은 딤플이 골프공 표면을 100% 커버하기 때문에 공기 저항이 그만큼 적다고 주장한다./캘러웨이
딤플 배열 방식도 업체마다 다양해서 8면체, 12면체, 20면체 등으로 구면(球面)을 나눠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타이틀리스트의 경우에는 1973년 정20면체 구조의 공을 제작한 이후 28년간 이를 유지하다 2011년부터 정4면체 24조각을 이용한 구조로 변경했다.

공의 내부도 저마다 다르다. 연습용 공은 주로 핵과 커버만으로 구성된 2피스가 많다. 일반적으로 시판되는 공은 최근에는 대부분 3피스 구조다. 핵, 맨틀, 커버가 기본 구조다. 여기에 핵이나 맨틀이 하나 더 추가된 4피스 구조도 있다.

골프공의 개발에는 비행의 법칙을 분석하는 물리학자, 최적의 소재를 연구하는 화학자,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 등을 진행하는 컴퓨터 공학자, 공과 잔디와의 상관관계 등을 연구하는 잔디 학자, 테스트를 통해 피드백을 제공하는 투어 프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동원된다. 골프공은 지름 4.3㎝, 무게 45g에 불과하지만 이와 관련한 특허는 1500개쯤 된다. 작지만 첨단과학이 응축된 집합체다.

김세영 기자 sygolf@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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