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84년작 ‘거신 고그(巨神ゴーグ)’는 ‘기동전사 건담'시리즈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은 바 있는 ‘야스히코 요시카즈(安彦良和)’가 원작과 감독은 물론 캐릭터 디자인과 로봇 등 메카닉 디자인까지 모두 도맡아 만든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거신 고그' 일러스트. / 야후재팬
’거신 고그' 일러스트. / 야후재팬
‘거신 고그’는 TV애니메이션 임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OVA)에 필적하는 높은 그림(작화) 품질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일본의 콘텐츠 황금기라 평가받는 1980년대 TV애니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작화 수준을 보여준다는 것이 애니 마니아들의 평가다.

’거신 고그' 오프닝 영상. / 유튜브

애니메이션 ‘거신 고그’의 그림·영상 품질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이유는 야스히코 감독의 실력도 있지만, 상업적인 이유가 크다는 것이 현지 애니메이션 업계 분석이다.

야스히코 감독은 2012년 3월, 홋카이도신문 인터뷰를 통해 ‘거신 고그'는 당시 애니 제작비를 대던 스폰서 기업으로부터 ‘팔릴만한 상품 컨셉을 찾지 못했으니 시간이 더 필요하다'라는 의견이 나왔고, 스폰서 사정에 따라 6개월쯤 방영이 늦어졌다. 현지 업계는 결과적으로 고그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프라모델 등 당시 상품 수가 많이 않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야스히코 감독은 "제작작업 자체는 예정대로 진행됐기 때문에 고그 방영시점에 거의 모든 제작작업이 완료된 상태였다"라고 밝혔다. 방영시기가 늦어진 탓에 잘 못그려진 그림과 품질이 낮은 원화동화를 걸러낼 시간이 많았다는 것이다.

참고로, 야스히코 감독은 만화가·소설가·일러스트레이터·캐릭터 디자이너·애니메이션 제작자·감독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창작가다. ‘거신 고그'에서도 감독부터 작화감독, 캐릭터 디자인, 메카닉 디자인을 담당했다.

그는 1971년작 애니 ‘떠돌이 태양(さすらいの太陽)’ 작화설정을 맡은 것으로 애니 제작업계 주목을 받았다. 이후 SF애니 ‘크래셔 죠'에서 감독과 캐릭터 디자인을, ‘용자 라이딘', ‘콤바트라V’ 등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다.

기동전사 건담', ‘Z건담', ‘건담F91’, ‘건담UC’ 등 건담 시리즈 작품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다. 최근작에 해당하는 ‘건담 더 오리진'에서는 총감독을 담당했다. 만화가로서 야스히코는 ‘아리온', ‘비너스 전기’, ‘건담 더 오리진' 등을 집필했다.

’거신 고그' 일러스트. / 선라이즈
’거신 고그' 일러스트. / 선라이즈
애니메이션 ‘거신 고그'는 13살 소년 ‘타가미 유우'의 모험담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유우는 오우스트랄섬의 비밀을 연구하던 박사의 아들이다. 박사는 죽기 전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아들인 유우는 아버지의 의지를 물려받아 지도에서 사라진 오우스트랄섬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된다.

주인공 유우는 아버지의 제자인 ‘톰 웨이브’ 박사’와 그의 여동생 14세 소녀 ‘도리스' 등의 힘을 빌어 오우스트랄섬으로 향한다. 거대기업 ‘가일'과 미녀 보스 ‘레이디 링스’가 이끄는 갱단 ‘쿠거 커넥션'도 주인공을 뒤 쫓는다.

섬에 도착한 주인공은 돌연 괴물의 습격을 받는다. 절체절명의 순간 파란색 거대 로봇 고그가 괴물을 무찔러 유우의 생명을 구한다. 유우 일행은 섬 사람들로부터 ‘신의 사자'로 추앙받는 고그의 이끌림에 따라 가일 전투부대의 추격을 피해가며, 땅속깊이 잠들어 있는 외계문명 유적과 3만년의 잠에서 깨어난 외계인과 조우하게 된다.

지하유적에서 3만년의 잠에서 깨어난 외계인 리더 ‘마논'은 지하 기지 일부를 파괴한 가일 전투부대의 폭력성을 지켜보며 지구인들과 공존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뒤 지구인을 말살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화산폭발로 모든 동포를 잃게되고, 주인공 유우에게 자신들의 피가 섞인 것을 알게된다. 이야기 종반부에 마논은 전자실드로 섬을 감싸는 방식으로 핵공격 위기에 몰린 유우 일행을 구한다. 마논은 외계 기술과 문명을 노리는 지구인들의 야심을 자극시키지 않기 위해, 오우스트랄섬에 잠자고 있는 고도의 기술과 문명의 유산을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혀 숨긴다.

◇ 3만년의 잠에서 깨어난 외계 기술의 결정체 ‘고그’

파란색 거대로봇 ‘고그'는 3만년전 지구를 찾은 외계인들의 창조물이다. 크기는 높이기준 13.5미터로 건담과 마징가Z의 18미터보다 작은 편이다.

’거신 고그' 일러스트. / 선라이즈
’거신 고그' 일러스트. / 선라이즈
외계인들은 고그를 ‘가디언'이라 부른다. 가디언은 그들이 만든 범용 거대로봇의 명칭이다. 고그의 정식명칭은 ‘도쿠스 가디언 레벨21 제논 타입'이다. 3만년전 고그에 탑승했던 ‘제논’이 그의 친구인 마시우스의 자손을 수호하라는 명령을 입력했다.

주인공 유우는 지구에 도착해 지구인 여성과 사랑에 빠져 홀로 지상에 남는 것을 택한 외계인 ‘마시우스 데 르 마두'의 자손이다. 마시우스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공존 가능성을 믿고 지구인과 함께 살아가기를 택했다. 거대로봇 고그가 유우를 지키고, 유우가 고그에 탑승할 수 있는 이유는 주인공이 마시우스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신 고그' 애니메이션 한장면. / 야후재팬
’거신 고그' 애니메이션 한장면. / 야후재팬
로봇 고그의 전투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몸체를 사용해 상대방에 물리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다. 몸체에 발사되는 무기를 탑재하지 않았다. 다른 가디언 로봇의 경우 레이저포를 사용하며, 고그 역시 등에 달린 커넥터를 통해 무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거신 고그' 잡지 정보 페이지. / 야후재팬
’거신 고그' 잡지 정보 페이지. / 야후재팬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