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서류조작에 밀수출 의혹
OUII, 대웅제약에 ‘무기한 수입 금지’ 의견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등 국내 대표 보툴리눔 톡신 제조사의 연이은 악재로 관련 시장까지 휘청인다. 메디톡스는 서류조작에 이어 최근 보툴리눔 톡신 제제 중국 밀수출 의혹까지 더해져 중국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웅제약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내부에서 나보타의 ‘무기한 수입금지’ 의견까지 나오면서 주춤하는 모습이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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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대웅제약이 앞서 예비판결과 관련해 낸 이의 신청에 반대하고 기존 예비판결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공식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OUII는 특히 대웅제약 제품 수입을 10년이 아닌 무기한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ITC는 7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을 도용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웅제약 나보타의 10년 수입 금지를 권고하는 예비 판결을 내렸다. 대웅제약은 예비판결이 합당치 않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ITC가 재검토에 착수하자 OUII가 다시 대웅제약의 의견을 반박하는 의견서를 내놓은 것이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두고 2016년부터 국내외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 문서 등을 훔쳤다고 주장해 왔다. 국내외에서 민·형사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2019년 1월에는 ITC에 대웅제약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공식 제소했다. ITC는 7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메디톡스 손을 들어줬지만, 대웅제약의 이의 신청에 따라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美서 쉽게 안풀리는 대웅제약…"수입 무기한 금지해야"

대웅제약 의견을 반박하는 내용의 OUII 의견서는 대웅제약이 앞서 ITC 예비판결이 합당하지 않다며 이의를 제기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OUII는 ITC 산하 조직으로, 소송 안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ITC 재판부는 최종 판결까지 원고·피고 입장과 함께 OUII 의견을 종합적으로 참고한다.

OUII는 의견서에서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보툴리눔 균주를 찾는 게 매우 어려웠다는 점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를 훔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라며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했다는 최종 판결이 나면 해당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은 무기한 효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이번 OUII 의견에 사실상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주장은 예비판결 때부터 이어진 것으로, ITC에서도 편향적인 의견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OUII가 주장한 ‘상업적으로 사용 가능한 보툴리눔 균주를 찾기 어려워 도용했다’는 부분에 대해 "이미 업계 내에서 깨진 가설이다"라고 반박했다. 지난 9월 이의신청 당시에도 대웅제약은 미국에서 메디톡스 균주와 동일한 보툴리눔 균주(홀 에이 하이퍼 균주)를 구매함으로써 현재도 쉽게 균주를 구할 수 있고 그 과정 역시 몇 개월이 걸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관련 소송의 최종 판결은 오는 11월 19일(현지시각) 이뤄질 전망이다.

서류 조작에 밀수출 의혹…발목 잡히는 메디톡스

대웅제약과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소송을 진행중인 메디톡스는 미국 ITC의 최종 판결만 기다리고 있다. 앞선 예비판결에서 ITC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을뿐 아니라 통상 ITC 예비판결은 최종판결에서 뒤집히는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메디톡스는 한국에서 악재를 맞고 있다. 무허가 원액을 사용해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제조했다는 이유로 식약처로부터 품목 허가 취소를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에 보툴리눔 톡신을 밀수출한 것으로 적발되면서 휘청인다.

가장 최근 식약처가 문제 삼은 것은 메디톡스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보툴리눔 톡신 제품(50·100·150·200단위 및 코어톡스 5개 종류)을 중국에 판매한 점이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국가출하승인 대상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았더라도 유통 전 식약처에서 품질을 확인하는 국가출하승인을 무조건 받아야 시판이 가능하다는 게 식약처 입장이다.

식약처는 해당 제조단위에 대해 즉각 회수·폐기와 품목허가취소 행정처분 절차에도 착수했다. 또 제품 허가 취소와 함께 의약품 판매업무 정지 행정처분도 진행했다.

메디톡스는 "수출용 제품의 경우에는 정부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며 법적 소송을 예고했다. 해외수출을 위해 생산된 수출용 의약품은 약사법에 따른 식약처 국가출하승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메디톡스는 과거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며 수출용 의약품이 약사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 측은 "식약처가 메디톡스의 수출용 의약품에 대하여 약사법을 적용한 이번 조치는 명백히 위법 부당하다"며 "즉시 해당 행정처분의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겠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메디톡스는 식약처와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메디톡스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을 사용하고, 원액과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국가출하승인을 받았다. 식약처가 6월 메디톡신 50·100·150단위 품목의 허가를 취소한 배경이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