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D+9개월
전문가들 "방역·의료·사회 중점 둔 장기 전략 필요"

한국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지 9개월이 되가는 가운데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향후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기존 방역 체계를 고도화하고 중증환자 치료, 사회 취약계층 돌봄 서비스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과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등은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간평가 및 장기화 대비 포럼’에서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해야 하는 만큼 보다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향후 대책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향후 대책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이번 포럼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방역·의료 전략을 재정립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과 내용을 개편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방역 강화 필요…역학조사 시스템 고도화가 우선"

전문가들은 이날 토론에서 향후 코로나19 대응 초점을 방역과 의료, 사회 등 3개 분야로 짚고 이들 모두를 고려한 지속 가능한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방역과 관련해 확진자 발생 예측과 확진자 추적, 이후 분석이 골고루 이뤄져야만 보다 효율적인 방역 체계를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확진자와 접촉자를 더욱 빨리 찾아내 검사하고 격리 등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특히 앞으로는 어디에서 확진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부분도 함께 강화돼야 하고, 확진자들을 중심으로 이런 유행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분석하는 역학 조사 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역량이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게 나 교수 입장이다. 그는 코로나19 등을 계기로 질병청 승격이 이뤄졌다는 점을 예로 들며 "군대로 치면 사령부는 강화됐지만 실제 전쟁이 이뤄지는 사단과 대대는 그대로다"라며 "자치단체에 보건소에 상응하는 조직 신설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에선 ‘중환자 치료’에 주안점 둬야

의료 분야에서는 중환자 치료에 주안점을 두고 관련 치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방법은 현재로써 없다"며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 관건인 가운데 최대한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핵심은 중환자 관리다"라고 말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향후 대책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 질병청 유튜브 갈무리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향후 대책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 질병청 유튜브 갈무리
그는 특히 중환자 치료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중환자는 병상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력이 같이 동원돼야 하는 부분이다"라며 "윗년차 꼴등이 아랫년차 일등보다 낫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단순히 몇 시간 훈련으로 인력 충원이 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중증환자를 경험하면서 얻는 임상적 경험과 지식이 필수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진료과목 중 어느 분야에서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지 ▲ 원활한 환자 배정을 위한 생활치료센터 상설화 등에 대한 고민이 동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영역도 돌아봐야 "취약계층 돌봄 공백=장기 대응 불가"

전문가들은 돌봄과 심리 방역, 인권 문제 등 그간 방역 관점에서 우선순위가 낮았던 부문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문제를 되돌아보지 않는다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코로나19 대응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못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그간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방역에 집중 대응했지만, 9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면에서 고통받는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은 논의하지 않았다"며 "코로나19가 우리 사회가 가진 기존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게 한 만큼, 인권 인식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장기요양 주야간 보호 중단과 방문요양 서비스 거절, 장애인 돌봄 중단, 사회복지관 서비스 중단, 노숙자 및 취약계층 급식 서비스 중단 등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폐쇄된 서비스로 취약계층은 생존을 위협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 폐쇄보다는 안전대책을 강구해 돌봄 서비스를 유지하고,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비중있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돌봄 서비스 노동자의 보호 조치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돌봄 노동자 직군에 대한 감염 마스크 등 보호장비는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며 "요양 보호사들은 동선까지 체킹당할 정도로 인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에 대한 방역 교육과 서비스 지침뿐 아니라 방역 장비가 공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향후 코로나19 대응 초점을 방역과 의료, 사회에 맞춰 장기 지속 가능한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토론 막바지에 "기존에는 방역에 무게를 뒀다면 이젠 의료·사회가 균형을 이루는 방식으로 가야한다"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대응이 방역·의료·사회적 관점에서도 조화롭고 균형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부적으로 방역은 지자체 대응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의료는 환자 중증도 분류를 통한 시설·병상 배분과 중환자 치료 등에 주안점을 두겠다"며 "돌봄 관점에서는 국민 일상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