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FPGA(프로그래밍 가능 반도체) 부문 업계 1위 기업 자일링스(Xilinx)를 인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수 규모는 350억 달러(39조4275억 원)다.

지난 9월 초 엔비디아가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암 홀딩스)를 400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AMD의 자일링스 인수까지 성사됨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상당한 지각 변동이 발생할 전망이다.

CES 2019 기조연설 중인 AMD 회장 겸 CEO 리사 수 박사. / AMD 제공
CES 2019 기조연설 중인 AMD 회장 겸 CEO 리사 수 박사. / AMD 제공
AMD와 자일링스 양사는 이번 거래가 양사의 제품 포트폴리오와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하는 동시에, 데이터센터 등 겹치는 부문이 많은 사업에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어 결과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AMD는 이번 인수 합병으로 18개월 이내에 3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수에 관한 내용은 지난 9일 AMD가 차세대 라이젠 5000시리즈 프로세서를 발표한 직후 WSJ 등 외신을 통해 처음 언급됐다. 당시 양사는 인수에 대한 협상을 상당 부분 진행한 상태이며, 수주 내로 타결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예상 인수 규모는 300억 달러(34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WSJ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글로벌 PC 판매량 증가 및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매출이 늘고, 수요가 급증한 게임 콘솔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양사 모두에게 커스텀 CPU를 공급함에 따라 AMD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 이번 자일링스 인수를 결정짓게 한 원동력으로 분석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자일링스 주주들은 1주당 1.7234주의 AMD 주식을 받게 된다. 이는 자일링스의 현재 기업 가치 대비 약 25%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합병된 회사는 약 1만3000명의 엔지니어 인력을 보유하게 된다. AMD의 CEO인 리사 수 박사가 합병된 회사의 CEO를 맡게 되며, 빅터 펭 자일링스 CEO는 자일링스 사업부의 총괄 사장을 맡게 된다.

리사 수 CEO는 WSJ을 통해 "우리는 매우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지만, 미래의 시장 흐름을 고려할 때 기업의 ‘규모’ 또한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라며 "두 회사의 기업 문화와 기술전략, 비즈니스 모델 등에서 유사점이 많았던 것이 이번 인수 합병에 좋게 작용했다"라고 전했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