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와 인재, 특허에 대한 혜안으로 글로벌 기업을 일군 거인이자, 한국 재계의 큰 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8일 영면에 들어갔다.

오늘날 삼성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핵심은 반도체와 모바일이지만, 이건희 회장은 아무리 하드웨어가 뛰어나도 이를 올바르게 작동·제어하는 소프트웨어가 함께 발전하지 않으면 글로벌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여러 차례 이를 강조하며 관련 투자를 단행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02년 "21세기엔 S급 인재 1명이 10만명을 먹여살린다"며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인력은 열과 성을 다해 뽑고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 7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서도 이 회장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소프트 기술’(소프트웨어, 디자인, 서비스), ‘S급 인재’, ‘특허’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업 로드맵이 나오면 이에 맞는 스펙과 필요한 인력, 소프트웨어는 무엇인지 꼼꼼히 따지는 분"으로 이 회장을 기억했다.

‘모양만 스마트폰’이라는 혹평을 받은 옴니아2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하드웨어와 함께 소프트웨어 인재를 대거 영입해 단점을 개선한 삼성은 2010년 ‘갤럭시 S’를 선보일 수 있었다. 이후 소프트웨어 투자의 결정체로 평가받는 ‘갤럭시S2’를 출시해 4000만대 이상 판매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는 2011년 3분기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탈환했다.

이 회장의 혜안은 소프트웨어, 인재 영입·육성과 함께 특허 1등 기업을 위한 투자로 빛났다. 2020년 1월 기준,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유효 특허 8만7208건을 등재, 특허 보유 1위 기업의 위치를 지켰다. 무엇보다 미국의 특허 자존심이라고 평가받는 컴퓨터·소프트웨어 기업 IBM(5만5678)을 3만건 차이로 따돌린 점은 의미가 크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곧 혁신으로 이어지는 4차 산업 시대 삼성은 유형과 무형의 자산을 고루 갖춘 셈이다.

이제 이건희 회장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을 국가 전체에 적용할 시점이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AI)이 강조되는 현시대에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소프트웨어 기술과 S급 인재, 특허가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AI 관련 하드웨어가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올바르게 작동·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남들과 똑같은 생각과 기술로는 앞서나갈 수 없다.

이 회장은 IMF 사태 직전인 1997년 1월, 신년사에서 "21세기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3년뿐"이라며 "우리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삼성은 물론 나라마저 이류, 삼류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패권 경쟁, 하루가 다르게 AI 기술을 발전시키는 경쟁국 사이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일까.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는 성과에 취해서 골든타임을 놓칠 순 없다. 시간이 없다.

‘우리나라는 AI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충분한 투자를 하고 있는가’, ‘S급 AI 전문 인재는 확보했는가’, ‘경쟁국을 압도할 수 있는 AI 특허를 다수 보유했는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지고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