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창궐 9개월…세계 백신 전쟁 막판 스퍼트
백신 임상3상 중간결과 공개되는 11월~12월 관건
아스트라제네카 "청년·노인 모두에게서 면역반응"
화이자 "임상3상 마무리 단계…거의 다 왔다"
모더나 "11월 말쯤 중간결과 공개…2000만회 목표"
존슨앤드존슨 "내년 1월 백신 상용화 목표"

"이제는 답을 얻어야 할 때입니다. 연말까지 긍정적인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이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의 말은 임상3상을 마무리짓는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등 제약사를 염두에 뒀다. 올해 안으로 코로나19 치료 효과와 안전성 데이터를 토대로 상용화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취지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제약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임상3상이 마무리 단계다. 이들 제약사는 올해 11~12월쯤 임상3상 중간결과 확보를 목표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누가 먼저 백신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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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청년·고령층 대상 시험서 강력 면역 반응"

최근 희소식을 알린 곳은 옥스퍼드대학과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 중인 아스트라제네카다. 회사는 현재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를 끼워 넣는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에 따르면 해당 백신은 최근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강력한 면역 반응을 이끌어냈다. 고령층에도 큰 무리없이 항체와 T세포가 형성됐다. 연구진은 "1차 임상시험 결과와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1차 임상은 18~55세의 건강한 성인 1077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1회 투여만으로 대부분의 참여자는 항체를 형성했다. 또 백신 주입 한 달이 지나자 참가자 95%의 중화항체는 4배 증가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하는 T세포는 백신 주입 2주 만에 정점에 다다랐다.

이같은 소식에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스트라제네카에서 개발한 백신의 신속한 국내 도입을 위해 관련 전담팀을 구성하고 사전 검토에 착수했다.

화이자 "거의 다왔다…결과 조심스레 낙관 중"

독일 제약사 바이오엔테크와 mRNA 기반 백신을 개발 중인 화이자도 임상 막바지 소식을 알렸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는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투자자들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마지막 단계를 거치고 있다"며 "후보물질의 효능을 조심스럽게 낙관하며 결정적 정보가 나오면 필요한 행정 업무를 마치고 대중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임상3상에는 전체 4만2000여명의 지원자 중 3만6000여명이 두번째 백신·위약을 투여받았다. 이들 중 코로나19 감염자가 일정 수에 도달하면 데이터 및 안전성 감독 위원회가 백신 임상 검토에 나선다. 대부분 감염자가 위약군이면 백신이 그만큼 코로나19를 잘 막아낸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화이자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불라 CEO는 "승인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FDA 몫이다"라며 "그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초기 투여량을 분배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연말까지 최소 4000만회분, 내년 3월까지 1억회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더나, 11월 임상3상 중간결과 공개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선두를 달리는 곳은 미국 바이오 기업 모더나다. 이 회사는 오는 11월 안으로 임상3상 중간 결과를 공개한다.

스테파네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환자에 따라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시점 예측이 어렵지만, 다음달 중 코로나19 백신 중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모더나는 7월 3만명 규모의 임상3상을 시작했다. 외신에 따르면 시험 인원은 거의 충족됐다. 임상시험에서 시험 대상자 절반은 백신을, 나머지는 가짜 약을 투여받는다. 연구진은 얼마나 많은 인원에게서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관찰한다.

모더나는 11월 말쯤 미국 FDA에 임상3상 중간결과를 제출하고 12월에는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한다는 목표다. 방셀 CEO는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려면 백신을 접종받은 시험 대상자 일부를 대상으로 안전성 모니터링을 2개월간 진행해야 한다"며 "11월 말쯤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올해 말까지 2000만회 분량의 백신을 생산하고 내년까지는 적어도 5억개 분량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존슨앤드존슨 "늦었지만…한번 맞으면 되는 백신 상용화"

안전 문제로 임상3상을 일시 중단했던 존슨앤드존슨은 최근 임상을 재개했다. 회사는 연말쯤 임상3상 중간결과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록산드라 드라기 아클리 존슨앤드존슨 연구팀장은 최근 "올 연말이면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미국 FDA에 이를 토대로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코로나19 백신 임상3상을 진행하던 존슨앤드존슨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작용 사례를 겪으면서 임상시험을 일시 중단했다. 당시 문제가 된 피실험자 남성은 뇌졸중 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원인을 조사하던 독립위원회는 이 남성의 증세가 백신과 관련이 없다고 결론 지었다.

회사는 연말 안으로 데이터를 확보해 내년 1월에는 한번만 맞으면 되는 코로나19 백신 상용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안으로 10억명이 투여받을 수 있는 백신 생산을 목표로 한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