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멸의 칼날(鬼滅の刃)’의 흥행성공에 애니메이션 업계가 들썩인다. 코로나19로 침체된 분위기를 살리는 것은 물론 정체된 업계에 변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니 콘텐츠 제작에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도 ‘귀멸의 칼날’ 흥행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토우게 코요하루(吾峠呼世晴)’ 작가가 그린 만화 ‘귀멸의 칼날’은 사람을 잡아먹는 도깨비가 존재하는 가상의 대정시대(1912~1926년) 일본을 무대로, 도깨비에게 가족을 잃은 주인공 소년 탄지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출판사 슈에이샤는 만화 ‘귀멸의 칼날’ 단행본 누적발행수가 10월 2일 출간된 22권을 기준으로 1억부를 돌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슈에이샤를 통해 1억부를 넘긴 만화는 ‘드래곤볼’, ‘원피스’, ‘슬램덩크’ 등 7개 작품이 있다.

영화 ‘귀멸의 칼날' 포스터 이미지. / 토호
영화 ‘귀멸의 칼날' 포스터 이미지. / 토호
16일, 현지 개봉된 영화 ‘귀멸의 칼날'은 공개 10일만에 매출 100억엔(1086억원)을 돌파했다. 영화 배급사 토호는 해당 영화가 현지 극장업계에서 단기간 최고 높은 흥행수입을 기록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업계는 ‘귀멸의 칼날’의 이례적인 인기 배경에 대해 원작 만화 자체가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원작이 팬덤을 형성했고, 원작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토리를 높은 영상 품질로 만들어낸 것이 사람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향하게 했다는 것이다.

현지 영화업계가 ‘귀멸의 칼날’의 인기에 깜짝 놀란 이유는 ‘코로나19’로 극장가가 최악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와중에 터진 히트작이기 때문이다.

현지 영화·극장 사업자 쇼치쿠(松竹)는 올해 8월 중간결산을 통해 94억엔(102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극장 사업자 토호도 순이익이 전년 대비 83.4%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사업자에게 ‘귀멸의 칼날’의 메가히트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현지 영화 업계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이 현지 영화 최고 흥행수입 수준인 300억엔(3260억원) 고지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극장가 역대 최고 흥행수입을 기록한 작품은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308억엔(334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영화 ‘너의 이름은.’은 역대 4위인 250억엔(2716억원)이다.

귀멸의 칼날이 깜짝 매출을 기록하자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업계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사쿠라이 다이키(櫻井大樹)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수석 프로듀서는 27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글로벌 미디어 인터뷰를 통해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 최고의 화두는 ‘귀멸의 칼날’의 대성공이다.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만드는 업계일원으로서 흥분되고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사쿠라이 프로듀서에 따르면 현재 애니메이션 업계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는 "과거 1년간 세계 1억 세대가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즐겨 본다는 데이터가 집계됐다. 세대를 인원으로 환산하면 2~3억명에 달한다"며 "과거에는 애니메이션을 콘텐츠 산업의 작은 조각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더 큰 시장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전환기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