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전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12월부터 이용 가능 연령이 낮아지고 자전거도로 운행이 허용되면서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동킥보드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 이광영 기자
전동킥보드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 이광영 기자
인천 계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전 계양구에서 전동킥보드 사고로 부상을 입은 고등학생 A군이 숨졌다. A군은 지난 24일 오후 9시 계양구청 인근 도로에서 고등학생 B양과 함께 전동 킥보드를 타던 중 택시와 충돌,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고 발생 3일만에 사망했다. 10월에만 인천과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전동 킥보드 관련 사망사고가 보고 되면서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 법률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소형 오토바이와 마찬가지로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이상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운행할 수 있다. 면허 자격 요건에 따라 만 16세 이상부터 이용 가능하다. 여기에 전동킥보드는 원칙적으로 인도나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 탈 수 없다. 헬멧 등 안전장비 착용도 의무사항이다. 미착용 시 벌금 2만원을 부과한다.

오는 12월 10일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 조항을 신설한 것이 핵심이다. 오토바이보다 자전거에 가까운 지위다. 면허 없이 탈 수 있고, 자전거 전용도로 운행이 허용된다. 안전장치 착용 의무도 없다.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당초 개정안은 규제완화보다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의 안전을 고려해 발의됐다. 안전장치가 부족한 전동킥보드가 자동차와 함께 도로 위를 달리는 상황을 피하고, 퍼스널 모빌리티의 모호했던 법적 지위를 정리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면허조항이 삭제되면서 오히려 사고피해가 더 우려되는 상황이 됐다.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들도 개정안을 마냥 반기는 것은 아니다. 국내 진출한 글로벌 전동킥보드 공유 기업 라임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무관하게 회원 가입 조건을 ‘만 18세 이상'으로 유지키로 했다. 청소년 이용자들을 허용할 경우 운전미숙 등으로 사고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권기현 라임코리아 대외정책 총괄 이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전동킥보드업계 활성화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라임의 최우선 가치인 ‘안전’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도로 위를 달리는 것보다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차라리 안전하다는 입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규재완화라기보다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를 지금보다 안전하게 타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라며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크다는 것은 정부와 관련 업계가 보다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시장의 요청이 반영된 것으로, 퍼스널 모빌리티 사업이 성장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라는 것을 업계 관계자들 모두 인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국내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2016년 6만대에서 2019년 9만대까지 성장했다. 동시에 사고 발생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17년 보고된 전동킥보드 사고가 73건에서 2019년에는 117건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사고는 일반 자동차 사고 대비 상해 정도가 큰 만큼 보다 엄격한 안전규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