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기우제가 항상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인디언의 이야기는 정해놓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의미 없는 일을 하며 기다리는 행태에 자주 비유된다.

기술과 관련된 제도 역시 인디언 기우제를 항상 지내고 있다.

취재에서 만난 많은 법률 관계자는 신기술에 관한 앞선 제도나 가이드라인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판례나 관련 법안이 없으니, 피해가 ‘입증’되고 대중에 ‘주목’ 받아, 여러 곳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만 제도적 장치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구제받기 힘든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전 '타다'도 그랬고, '딥페이크' 피해자도 그렇다. 인공지능(AI) 기술 중 가장 악용되기 쉬운 기술로 꼽히는 딥페이크는 올해 3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국내에서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딥페이크를 음란물이 아닌 방향으로 사용해 피해를 줘도, 피해자는 기껏해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다.

이에 관해 한 변호사는 "판례가 없다. 입증도 어렵다"면서 "사건이 없다면, 제도 도입에 나서기도 어렵다"라고 전했다. AI관련 저작권에서도 비슷하다.

‘AI를 통해 창작물을 만들면 누구에게 저작권이 있느냐’는 전 세계적으로 의견이 분분한 문제다. AI 자체에 있다는 입장도, AI는 도구며 사용한 사람에게 있다는 입장도, 심지어 AI를 만든 개발자에게 저작권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한 전문가는 "세계적으로 논의를 하는 부분이다. (국내에서) 정하기 어려운 문제다"라며 "아직 큰 법적 다툼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사건도 없고, 대중의 관심도 없으니 뒷전으로 하겠다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시절에 맞게 연구하기보다 세계 기준을 기다리는 모습은 답답하기까지 하다.

이미 유럽연합(EU)은 작년 5월부터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통해 AI로 인한 문제를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나섰다.

실제로 이달 초, 우버 노동자 조합은 '알고리즘은 데이터 제공자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GDPR 조항을 근거로 회사에 소송을 걸었다. 우버가 우버 드라이버에게 AI알고리즘을 통해 자격을 박탈할 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적용된다면, 최근 국내 포털이 남긴 "AI가 판단한 것"라는 변명은 용납되긴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술력을 최고로 여겼다. 이제는 여기에 하나 더 붙여야 하는 순간이다. 기술력만큼이나 제도적 장치도 선도적으로 이끌 때다. 사건·사고를 기다리는 인디언 기우제는 그만하고, 기술 발전에 맞는 법의 발전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4차산업혁명’이다.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