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개인주주들의 반대를 뚫고 외국인 및 국내기관 대다수의 동의에 힘입어 배터리사업을 분사한다. 12월 1일 신설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출범한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이 주주총회 성립을 선포하고 있다./ LG화학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이 주주총회 성립을 선포하고 있다./ LG화학
LG화학은 30일 서울 여의도동 LG트윈타워 동관 대강강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LG화학 전지사업부 분할안이 원안 승인됐다고 밝혔다. 주총 참석률은 77.5%, 찬성은 82.3%(전체 주식 중 63.7%)였다.

주주총회를 분사 안건이 통과하기 위해선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LG화학의 주식은 현재 LG 등 주요주주가 30%(우선주 포함), 국민연금이10.20%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외국인 투자자 40%, 국내 기관 투자자 8%, 개인이 12%쯤을 보유 중이다.

LG화학은 20일부터 29일까지 분할안에 대해 찬반을 묻는 전자투표를 진행했다. 이날 주총장에는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거리두기를 한 가운데 80여명의 주주가 입장했다.

주총에서 분사안이 승인됨에 따라 LG화학은 12월 1일에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을 공식 출범한다. 분할등기예정일은 12월 3일이다.

분할 회사는 LG화학의 100% 자회사다. 자본금 1000억원의 회사로 설립된다. 분할 방식은 LG화학이 분할되는 배터리 신설법인의 발행주식총수를 소유하는 물적분할이다. LG화학이 비상장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갖는다.

LG화학 배터리 신설법인 분할 전후 모습/ LG화학
LG화학 배터리 신설법인 분할 전후 모습/ LG화학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분할을 결정한 것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공장 시설 투자 금액 증가로 현재 순차입금이 8조원으로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100%를 넘어섰다.

LG화학은 향후 분할 회사의 투자를 확대해 신설법인의 매출액을 2024년 3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배터리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날 임시주총에서 "LG화학은 지난 25년간 선도적인 전지 연구 개발과 사업 전개를 통해 150조원 이상의 전기차 전지 수주잔고를 확보하는 등 글로벌 리더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의 심화로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구조 부담 등 도전이 만만찮다"고 말했다.

그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전지 사업 특성에 최적화된 경영 체계를 수립하고, 시장에서의 초격차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고자 분사를 결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100% 자회사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대규모 투자자금 유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 부회장은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며 "추후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