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오는 맛이 있어서 직접 와봤어요."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애플 매장을 찾아 아이폰12프로 골드 128㎇를 구매한 A씨(28세)는 상기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전예약 후 방문했다"며 "8시에 수령하기로 해서 7시30분부터 기다렸다"고 말했다.

아이폰12 및 아이폰12프로 출시일인 30일 아침 애플 가로수길 매장 / 김평화 기자
아이폰12 및 아이폰12프로 출시일인 30일 아침 애플 가로수길 매장 / 김평화 기자
30일 애플이 아이폰12와 아이폰12프로를 한국 시장에 출시했다. 애플 가로수길 매장은 회사가 신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조금이라도 빨리 물건을 받아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전날부터 장사진을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늘도 애플 가로수길 매장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신형 아이폰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젊은 남녀부터 중년 여성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외국인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전과 달리 줄이 현저히 줄었다. 통상 신형 아이폰 출시일 전날부터 방문객들이 줄을 서기 시작, 개장 직전에는 세 블록 이상 줄이 이어지는 등 인파로 북적였다. 그러나 기자가 애플 가로수길 매장을 방문한 오전 7시30분 기준 10명 내외의 사람들만 볼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각자 간격을 두고 줄을 서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애플은 매장에 인파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로 했다. 회사는 이번 아이폰12 출시를 맞아 매장 방문을 예약제로 진행했다. 아이폰12와 아이폰12프로를 사전예약한 소비자가 현장 방문 후 수령을 원하면, 회사가 미리 원하는 시간을 안내해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물론 현장수령 대신 배송으로도 새 아이폰을 받아볼 수 있다.

결국 개장 전 줄을 선 사람 중 다수는 사전예약을 통해 미리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라는 이야기다. 영업 시작 시간인 8시에 맞춰 방문수령을 신청, 새벽부터 줄을 설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30일 오전 애플 가로수길 매장 전경. 신제품 출시에 맞춰 개장 전 방문한 소비자도 있었지만, 이전처럼 길게 줄을 선 모습은 아니었다. / 김평화 기자
30일 오전 애플 가로수길 매장 전경. 신제품 출시에 맞춰 개장 전 방문한 소비자도 있었지만, 이전처럼 길게 줄을 선 모습은 아니었다. / 김평화 기자
이날 애플 가로수길 매장은 안내 시간인 오전 8시보다 조금 이른 7시45분쯤 문을 열었다. 방문객들이 순서에 맞춰 매장에 입장하자 직원들은 애플 매장 특유의 경쾌함이 묻어난 박수와 환호성으로 응대했다.

B씨(23세)는 "개장 한 시간 전에 도착했다"며 "애플 스토어 통해서 사전예약을 했고 빨리 써보고 싶어서 직접 왔다"고 말했다. B씨가 구매한 모델은 아이폰12프로 퍼시픽 블루 색상의 128㎇였다.

사전예약 없이 당일 방문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매장에 여분의 수량이 있으면 현장에서 바로 아이폰12를 살 수 있어서다.

C씨(27세)는 "물량이 있을지 모르지만 혹시 있을까 싶어 줄을 섰다. (신형 아이폰 출시에 맞춰) 이렇게 줄을 서본 것은 처음이다"라며 "지금 아이폰XS 기종을 쓰고 있어 신형 아이폰에 대한 관심이 많다. 아이폰12프로 실버 색상 재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경우 한국에서 사전예약을 하기 쉽지 않다. 한국에 온지 2년 6개월 됐다는 중국인 소난씨(21세)는 "사전예약을 성공하지 못했지만, 현장에서 아이폰12프로 블랙 256㎇를 살 수 있었다"며 "삼성 갤럭시를 쓰지만 맥과 아이패드를 사용하다 보니 같이 쓰려고 (신형 아이폰을)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아이폰12는 사전계약을 시작한 지난 23일 새벽 1분도 채 안돼 온라인 오픈마켓 물량이 소진될 정도로 이번에도 인기몰이에 성공한 모습이다. 온라인에서의 기세(?)와 달리 차분한 오프라인 반응은 그래서 더 기묘하게 다가왔다. "아이폰 구매를 축하한다"는 직원들의 환호성을 매장 밖에서 들으며 느꼈던 이질감이 생경했다.

애플 가로수길 매장에서 아이폰 구매를 진행 중인 방문객 모습 / 김평화 기자
애플 가로수길 매장에서 아이폰 구매를 진행 중인 방문객 모습 / 김평화 기자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