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 작년까지 큰폭 성장…코로나19로 올해 주춤
불확실성 증가에 분위기 침체돼
내년 스타트업 생태계 전망은 긍정
선배 창업가는 스타트업 생태계 이끄는 동력

올해 스타트업 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자금난과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한층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성공한 창업가가 늘면서 이들이 후배를 끌어주는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되기 때문이다.

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는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0’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0은 지난달 창업자 166명, 대기업 재직자 500명, IT 및 지식 서비스 스타트업 재직자 250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 점수는 71점으로 나타났다. 2018년 68점, 지난해 73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가 올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분위기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창업자들은 자금과 우수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내년에는 생태계 분위기가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긍정적 전망 비율은 57.8%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이유로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해를 거듭하며 성숙해지고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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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응답자들은 스타트업의 사회적 인식이 개선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부, 벤처캐피탈(VC) 등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경험이 축적됐다는 설명이다. 또 성공한 스타트업이 많아지면서 성공 노하우 공유 등 문화가 형성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 벤처 1세대 창업가와 기업이 선순환 구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스타트업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을 묻는 설문에는 네이버(28.9%)가 5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카카오가 21.1%로 2위를 차지했다.

또 가장 선호하는 VC를 묻는 질문에는 알토스벤처스(20.5%)가 1위를 차지했다. 카카오벤처스(15.1%)가 국내 VC 최초로 2위를 기록했다. 외국계 VC가 향후 대규모 자금 유치와 노하우 전수에 유리하다는 인식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선 투자사와 창업가가 함께 달려야 한다"며 "인사이트를 갖고 스타트업의 성공요소를 찾아내 회사 전체 역량을 키우자’는 3가지 키워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큰 변화가 스타트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유연하고 자율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새로운 도전을 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모험 자본이 안정자본으로 바뀌어 체감상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면서도 "결과적으로 현재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은 향후 10년 이상 지속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근무형태에서도 드러난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도입되면서 스타트업의 유연하고 자율적인 문화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대기업 재직자는 재택근무 시 ‘대면·실시간 보고·회의·결재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로 인해 40.6%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한 반면 스타트업 재직 응답은 19.6%에 불과했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은 넘어야 할 산으로 분석된다. 대기업 재직자가 바라보는 스타트업에 대한 ‘불안정·불투명' 이미지가 작년 6.2%에서 올해 22.6%로 크게 증가해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종사자가 스타트업 이직을 고려하는 비율도 17.6%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 쿠팡 등이 우수 인재 채용을 위해 사이닝 보너스 제공한 것도 인력난을 보여주는 사례다.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경기가 안 좋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며 "대기업에서 퇴사해 스타트업에 가기 보다는 사내벤처 등을 통해 안정성과 기회를 잡는 ‘하이브리드 앙트프러너십(기업가정신)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스타트업 생태계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며 "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과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는 등 스타트업 업계가 점점 성숙해지는 추세에는 변함이 없으며 장기적으로는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창업자의 의견에 동의한다"라고 밝혔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