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의 디지털화 행보가 심상치 않다. 코딩용 마인드스톰으로 시작해 증강현실(AR)을 융합한 ‘히든사이드’, 닌텐도 게임을 현실공간으로 옮긴 ‘레고 슈퍼마리오’에 이어 레고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유니티 레고 마이크로게임’도 선보였다.

장난감 업계는 레고그룹의 디지털 융합 행보가 당연한 움직임이라는 시각이다. 4일, 장난감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장난감 시장이 게임 콘텐츠 시장에 침식 당하고 있다. 어린이 놀이 시간 중 장난감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장난감 업계가 역으로 게임을 활용하는 것은 필연적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디지털 게임 융합 장난감은 레고 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장난감 전문 기업 해즈브로는 마블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마블 히어로 비전’을, 한국에서는 엑스오소프트가 인기 애니 신비아파트를 소재로 한 AR카드 장난감을 선보인 바 있다.

유니티 레고 마이크로게임. / 유니티
유니티 레고 마이크로게임. / 유니티
‘슈퍼마리오’, ‘오버워치’, ‘마인크래프트’ 등 게임 IP와의 협업을 넘어 아예 레고를 디지털 세상으로 집어넣은 게임 개발 도구 ‘유니티 레고 마이크로게임(Unity LEGO Microgame)’은 레고 브랜드를 게임 시장에 선명하게 각인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 장난감 업계 시각이다.

유니티 레고 마이크로게임은 레고그룹의 ‘시스템 인 플레이(System in Play)’를 기반으로 게임 내에서 이용자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레고 미니피규어와 레고 브릭을 제공한다. 이용자는 게임 속에서 가상의 레고 브릭을 조립·분해·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친다. 레고그룹은 이 과정을 통해 어린이가 게임 개발 원리를 쉽게 익히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자신만의 레고 세계를 창조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고코리아와 유니티 코리아는 레고 게임 개발 공모전도 진행 중이다. 공모전은 게임 개발도구 유니티 입문자들에게 게임 개발을 독려하는 목적으로 열리며 19세 이상 개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가상의 레고 브릭을 조립하며 코딩 없이도 레고 테마의 3D 게임 제작과 커스터마이징, 공유까지의 과정을 1시간 내외로 끝마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과 융합한 레고는 이 뿐만이 아니다. 2019년 8월 등장한 ‘레고 히든사이드’는 AR기술과 디지털 게임 콘텐츠를 아날로그 장난감인 레고 브릭에 융합한 사례다.

‘레고 히든 사이드’는 레고그룹 최초로 레고 세트에 AR 디지털 게임 기술을 접목시킨 시리즈다. 조립된 히든 사이드 브릭 세트를 AR게임 앱과 동기화 시켜 스마트폰 등으로 유령을 퇴치하거나 수수께끼를 풀고, 도전 과제를 완수하는 등 디지털 게임이 융합된 역할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레고 히든 사이드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레고코리아에 따르면 레고 히든사이드는 출시 한달 만에 첫 주 대비 400%에 가까운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호주를 제치고 한국이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코딩 교육에도 손 뻗은 레고

레고의 디지털화 행보는 교육 분야에도 이어졌다. 레고그룹은 최근 7년만에 레고와 코딩 교육을 결합한 레고 마인드스톰 새 시리즈 ‘로봇 발명가 5 in 1(제품번호 51515)’를 최근 선보였다.

레고 마인드스톰 로봇 발명가 세트. / 레고그룹
레고 마인드스톰 로봇 발명가 세트. / 레고그룹
레고 마인드스톰은 1998년부터 20년 넘게 로봇 공학도를 꿈꾸는 많은 이들과 함께 해 온 시리즈다. 놀이를 통해 코딩을 배울 수 있도록 구성해 미래 인재상의 핵심 역량인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기술을 육성시키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마인드스톰 로봇 발명가 세트는 다양한 레고 로봇을 창작 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조립을 완성한 로봇은 레고 마인드스톰 로봇 발명가 전용 앱으로 직접 조작하거나 전용 블루투스 컨트롤러로 조종할 수 있다. 앱은 코딩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를 위해 드래그 앤드 드롭 방식을 지원한다. 복잡한 코딩을 원하는 사용자는 파이썬 프로그램으로 로봇의 움직임을 설계할 수 있다.

레고그룹은 어린이들에게 좀 더 쉽게 코딩 원리를 알리기 위해 ‘레고 부스트(LEGO Boost)’시리즈도 선보인 바 있다.

레고 부스트는 태블릿과 부스트 전용 앱을 이용해 어린이가 쉽게 코딩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60개 이상의 동작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레고 부스트에는 움직임·색상·음성 등을 인식하는 센서가 장착돼 사용자 소리 등에 반응하거나 손을 잡으면 뿌리치는 등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