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주 무대 부산e스포츠경기장, 행사 2주 전임에도 ‘공사중’
부산업정보진흥원 "일정·안전에 전혀 문제 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건설중인 부산e스포츠경기장에 ‘날림 공사’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 최대 규모 게임 대회 ‘지스타2020’의 주요 행사인 ‘지스타컵’,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열릴 이 경기장이 행사 2주 전인 지금까지도 완공되지 않아서다.

앞서 10월 22일 국정감사에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사중인 경기장 사진을 제시하며 이 문제를 제기했다. 건설을 주도하는 부산산업정보진흥원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10월 10일 촬영한 부산e스포츠 경기장 내부의 모습 / 이상헌 의원실
10월 10일 촬영한 부산e스포츠 경기장 내부의 모습 / 이상헌 의원실
공사 중 부산e스포츠경기장, 개관식 직후 첫 행사 진행할 예정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 8월, e스포츠의 저변 확대와 지역 e스포츠 활성화를 목적으로 2020년까지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을 부산·대전·광주시에 짓겠다고 밝혔다.

경기장 건축 사업을 주도하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부산e스포츠경기장은 18일 오후 개관식 후 1시간만에 바로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을 진행한다. 20일, 21일에는 지스타의 주요 e스포츠 행사 지스타컵도 개최한다.

업계에서는 ‘행사일 당일에 경기장을 연다는 것은 너무 촉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원래는 부산, 대전, 광주 경기장 모두 2020년 6월 완공할 계획이었다"며 "그나마 부산이 제일 빨리 완공되지만, 개관 시기가 늦어지고 예산도 적게 투입돼 완성도 면에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스포츠 업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4년 6월 브라질 월드컵 경기에 쓰일 현지 경기장은 ‘건설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브라질 상파울루 코린치안스 경기장은 월드컵 개막식 이틀 전까지 공사했다.

이에 더해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의 마네 가린샤 국립 경기장은 완공 이후 물이 새 관중석을 흠뻑 적시는 등 졸속으로 경기장 건설을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부산산업정보진흥원은 18일 완공 이후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며, 행사에 차질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부산e스포츠 경기장의 외관은 이미 깔끔하게 공사가 끝난 상태고, 내부 인테리어를 주로 구성하는 중이다.

진흥원 한 관계자는 "방역, 안전을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몇 번이고 검수와 검토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준공 허가 과정도 엄정한 기준 하에 진행했다"며 "모든 건설 과정이 스케줄 하에, 관리하에 잘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국정감사 당시 공개된 사진은 10월 초 모습이다. 개관식 행사를 보러 오면 그동안의 우려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며 "만에 하나라도 미비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로 보완해 행사를 잘 치르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기존 보도에서는 약간 곡해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진흥원은 ‘개관식 준비’를 이유로 최근 공사 현황을 보여주는 사진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당초 6월 완공 목표…진흥원 "처음부터 6월에 끝내는 것은 무리였다"
"케이블, 지상파 방송 장비 대신 스트리밍 위주로 설비하는 등 최적화 노력"

사실 사업 계획에 따르면 지역 e스포츠 상설경기장 사업은 세 지역 모두 2020년 6월에 끝났어야 했다. 부산의 경우, 설계범위 증가, 건축허가 절차 지연 등을 이유로 완공 시점을 11월로 한 차례 미뤘다. 광주, 대전 지역은 12월로 미뤘다.

여기에 진흥원 관계자는 "사업 선정 후 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에서 지역이 판단했을 때 6월에 끝낼 수 있는 사업은 아니라고 어필했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였다"며 "공사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너무 촉박하니까 시간을 늘려달라는 형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10월 10일 촬영한 부산e스포츠 경기장 내부의 모습 / 이상헌 의원실
10월 10일 촬영한 부산e스포츠 경기장 내부의 모습 / 이상헌 의원실
게임 업계는 e스포츠 경기장을 짓기에 예산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e스포츠 상설경기장은 지역별로 국고를 30억원씩 지원하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총 비용은 부산시 60억원, 대전시 70억원, 광주시 60억원이다.

하지만, 총 430억원을 투자한 서울시 상암 e스포츠경기장에 비하면 예산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섭 전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상암 경기장에 방송 설비를 갖추는 데에만 100억원쯤이 투자됐다.

상암e스포츠경기장은 800석 규모, 부산e스포츠경기장은 330석 규모다. 좌석 규모가 다르다 하더라도 이렇게 적은 예산이 책정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턱없이 적은 예산으로 지어지는 탓에 지역 e스포츠 경기장이 결국 날림 공사로 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진흥원 한 관계자는 "방송 트렌드가 지상파, 케이블 같은 기존 방송보다는 트위치, 유튜브 등 스트리밍 중심으로 이동함에 따라, 설비를 스트리밍 위주로 세팅했다"며 "지역에서는 항상 큰 대회가 일어난다기보다는 아마추어 대회 등이 많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매우 큰 경기가 일어나서 중계해야 한다면 방송차를 붙이는 등 조치로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 협찬 등으로 건설 과정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비용 집행도 절감하면서 합리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전문가 자문을 통해 시장가와 공공기관 가격을 전부 조사, 비교 검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지역 상설경기장은 지스타 행사에서만 일회용으로 쓰는 시설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에도 비용이나 시간을 생각하기보다는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건설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