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퍼게임즈 ‘샤이닝니키’, 늦은 밤 돌연 서비스 종료 예고
서비스 종료 이유 ‘한국 탓’ 돌리고…동북공정 논리로 도발
한국 이용자 "살다살다 이렇게 뻔뻔한 회사는 처음 봐"

지난달 29일 한국 시장에 스타일링게임 ‘샤이닝니키’를 출시한 페이퍼게임즈가 결국 한국 시장에서 ‘야반도주(夜半逃走)’했다. 회사는 5일 오후 11시 58분 돌연 공식 카페에 공지글을 올려 샤이닝니키를 서비스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1주일 만이다.

일방적으로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면서도 안내문에서 미안하다는 말은 하나도 찾을 수 없다. 페이퍼게임즈는 안내문에서 서비스를 종료하는 이유에 대해 "채팅 채널에서 한국 이용자가 중국에 대해 과격하게 말하는 것이 한계를 넘었다"며 "중국 기업으로서 이런 행위를 배격하고 국가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해서"라고 적었다. 오히려 한국 이용자를 탓한 것이다.

회사는 한술 더떠 ‘조선 황족의 복식은 명나라가 하사한 것’이라거나 ‘한국에는 전통 의복 제도가 없어 명나라 복식을 개량했다’는 등 동북공정 논리를 담은 황당한 글을 공유하며 한국 이용자를 도발하는 모습도 보였다.

5일 오후 11시 58분에 돌연 올라온 샤이닝니키 서비스 종료 공지 중 일부, 페이퍼게임즈는 서비스 종료의 이유를 한국 게임 이용자 탓으로 돌리거나(빨간색), 중국 동북공정 논리를 담은 글을 공유(파란색)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로 한국 게임 이용자를 도발했다. / 오시영 기자
5일 오후 11시 58분에 돌연 올라온 샤이닝니키 서비스 종료 공지 중 일부, 페이퍼게임즈는 서비스 종료의 이유를 한국 게임 이용자 탓으로 돌리거나(빨간색), 중국 동북공정 논리를 담은 글을 공유(파란색)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로 한국 게임 이용자를 도발했다. / 오시영 기자
회사가 돌연 서비스 종료를 선언함에 따라 6일부터는 샤이닝니키 게임을 다운로드하거나 앱 내 상품을 결제할 수 없으며, 서비스는 12월 9일 완전히 종료할 예정이다. 페이퍼게임즈가 서비스를 종료한 이유는 최근 한·중 양국에서 불거진 ‘한복 논란’ 탓이다.

페이퍼게임즈는 최근 샤이닝니키를 한국에 출시한 기념으로 한복 모양 의상 아이템을 추가했는데, 이를 본 중국 이용자가 한복은 명나라의 ‘한푸’, 혹은 조선족 전통 의상이므로 중국 의상이라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중국 이용자 반발이 거세지자, 회사는 한복 아이템을 게임에서 전부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한국 게임 업계와 이용자는 "중국이 한국 이용자를 무시하고, 한복을 자국 문화로 은근슬쩍 편입하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 중국에서 추진하는 한국사 왜곡 정책)’에 일조하는 것 같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페이퍼게임즈가 인용한 글의 작성자는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 중앙위원회다. / 위키피디아
페이퍼게임즈가 인용한 글의 작성자는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 중앙위원회다. / 위키피디아
페이퍼게임즈는 서비스 종료 안내문에서 대놓고 본색을 드러내며 한국 이용자를 도발했다. 회사는 안내문에서 "우리는 중국 기업으로, 조국(중국 정부)와 항상 입장이 일치하며 "한국 의류 문화(의관 제도)가 중국과 같다는 아래의 글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적었다.

페이퍼게임즈가 공유한 글은 "한국 왕실 의상은 명나라 황제가 수여한 것이고, 중국은 제후국(藩)의 하급 복식에 대해 위로와 은총, 격려를 보내 조선이 더 충성스럽게 중국에 봉사하도록 했다"며 " 한국은 자체적인 복장 체계가 없었으므로, 한국 드라마에서 본 한복은 명나라 의상을 개선한 것이다"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친다.

요컨대 한복이 중국 것이라는 이야기다. 황당한 주장을 담은 글은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 중앙위원회(中国共产主义青年团中央委员会, 共青团中央)가 작성했다. 이 조직은 중국 공산당의 지도 하에 14세~28세 학생 당원, 단원과 청년 군중을 대상으로 정치 교육·선전을 담당하는 중국의 공산주의 청년 당조직이다.

이 글의 역사 왜곡은 한복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자가 (중국으로부터) 동쪽으로 와서 고조선을 세웠으므로 한국 사람과 중국 사람의 계통이 같다는 '기자동래설’ 등 현대 한국 역사학계에서 인정하지 않는 주장이나 한국은 대대로 중국의 영향을 받았거나 제후국(藩)이었다는 주장도 담았다. 동북공정학자의 논리를 고스란히 담은 셈이다.

페이퍼게임즈의 안내문을 접한 한국 게임 이용자의 반응 중 일부 / 오시영 기자
페이퍼게임즈의 안내문을 접한 한국 게임 이용자의 반응 중 일부 / 오시영 기자
이를 접한 한국 이용자는 대부분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야심한 밤에 공지가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6일 새벽 2시 24분 기준으로 댓글이 1002개쯤 달렸다. 샤이닝니키 한 이용자는 "살다살다 이렇게 뻔뻔한 회사는 처음 본다. 한국 이용자가 중국을 모욕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한복을 자기들 것이라고 우기며 모욕을 한 것이다"라며 "서비스 종료 축하한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는 "해킹당한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천안문 사태 당시 사진이나, 시진핑 주석을 패러디한 사진, 홍콩 독립을 지지한다는 반응 또한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편, 최근 중국이 한복을 은근슬쩍 자국 문화에 편입하려고 시도하는 정황은 이번 사건 전부터 꾸준히 감지됐다. 실제로 최근 중국 미인대회, 드라마, 패션쇼 등 각종 중국 콘텐츠에 한복으로 보이는 옷이나 장신구가 등장하는 일이 늘었다. 이를 두고 중국이 한복을 자국의 전통문화로 은근슬쩍 편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