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숙 이노핏파트너스 전문교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용어 정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인문학’과 같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인문학’이란 말은 매우 자주 듣고 쓰는 말이라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인문학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역시 이미 우리 생활에서 매우 친숙해진 일상용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서 여러 기관이나 전문가마다 각기 다른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것들의 공통 키워드를 종합하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상품, 서비스, 프로세스, 운영방식 등을 혁신하고 더 나아가 기존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디지털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지속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성공의 필수요소는 공감대

맥킨지(McKinsey)의 조사(2019)에 따르면 석유, 자동차, 제약과 같은 전통적인 산업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하 DT)의 성공률은 4~11%에 불과하고 기술, 미디어, 통신 등과 같은 디지털 기반의 산업에서조차도 성공률은 26% 이하다.

즉, DT를 시도하는 전체 기업의 약 70% 이상이 실패한다고 볼 수 있다. DT에 실패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기술 도입’에만 치중하고 실제로 실행의 주체인 ‘사람’은 간과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활용해 프로세스나 일하는 방식의 개선으로 업무성과를 높이거나 서비스 혁신으로 고객경험을 개선할 때 비로소 가치를 창출한다. 그러나 DT에 실패한 기업들 대부분은 혁신적 디지털 기술을 도입만 하면 DT가 저절로 이뤄지거나 디지털 기술의 도입 자체가 곧 DT의 완성이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무리 기술적 전문성이 뛰어난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영입하고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도 ‘사람’을 간과하면, 조직변화를 끌어내지 못하고 결국 DT는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계적인 변화 컨설턴트인 더글라스 K.스미스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특히 그 변화가 자신의 경제적·사회적 위협으로 생각될수록 두려움과 불안감에 변화를 거부하는 저항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사람들은 반드시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변화의 필연성’에 대해 마음속 깊이 공감하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행동’으로, ‘행동’은 ‘학습’으로 바꾸게 된다고 한다.

그는 ‘신념-행동-현실화 변화프레임’을 통해 사람의 행동은 무엇을 믿는가에 대한 신념에 의해 달라지고, 신념은 어떻게 현실을 인지하고 있는지에 따라 좌우되며, 현실화에 대한 지각은 나와 타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근본적인 변화는 신념, 행동, 현실인지 세 부분이 모두 변해야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DT는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변화혁신 프로젝트임에는 틀림없으나,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도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DT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DT가 디지털혁명이 가속화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조직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라는 신념을 조직원들에게 먼저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 바탕 위에 전 조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전사적 실천행동이 병행돼야 DT는 성공할 수 있다.

무엇에 대한 공감대가 DT 성공의 초석이 되나?

변화에 실패한 많은 경영자나 리더는 변화를 본능적으로 꺼리는 조직원들의 ‘저항’을 실패의 핑곗거리로 삼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진심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념이 생기면 더 이상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행동하게 된다.

앞서 살펴본 ‘신념-행동-현실화 변화프레임’에서 알 수 있듯이 DT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조직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행동을 끌어내려면 우선 DT는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우리 조직의 생존전략이라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식전환은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 기술의 변혁이 일시적이거나 일부 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사회, 경제적으로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는 현실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DT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절박함을 인지할 때 혁신이 가능해진다.

정리하자면 성공적인 DT를 위한 출발점은 급변하는 디지털혁명 시대에 조직원들이 느낄 수 있는 일자리 상실의 두려움과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에서 오는 DT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는 ‘의식전환’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든 변화 프로젝트에서 첫 의식 전환점은 ‘성과와 변화 사이의 연결고리가 명확하게 드러날 때’다. P&G에서 글로벌 IT 및 서비스 부사장을 역임하면서 조직의 디지털전환 업무를 총괄 수행했던 토니 살다나(Tony Saldanha)는 실패한 DT 대부분의 이유를 ‘명확한 목표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정교한 프로세스가 없고, 있어도 일부만 알고 있을 뿐 전 조직원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것’에서 찾는다. 이러한 불명확한 목표나 목표공유의 부재는 DT에 대해 조직원들이 저마다 다른 개념과 생각으로 이어지므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DT의 성공을 위해서 경영자와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우선적으로 DT의 비전과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고 이를 전 조직원에게 공유함으로써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DT비전과 세부 목표 달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왜 해야 하는지 조직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또한 함께 실천해 나가야 할 구체적인 프로세스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시키고 각 부서 및 개개인이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관리하는 사람중심의 실행계획을 세워야한다. 조직원 간의 협력적 상호작용을 돕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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