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겜쓸신잡] '한복은 명나라 의복 개량한 것' 황당 주장 팩트체크

입력 2020.11.08 06:00

게임을 통해 학습한다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게임 안에는 문학·과학·사회·상식 등 다양한 분야 숨은 지식이 있다. 게임을 잘 뜯어보면 공부할 만한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오시영의 겜쓸신잡(게임에서 알게된 데없지만 알아두면 기한 느낌이 드는 동사니 지식)은 게임 속 알아두면 쓸데없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한 잡지식을 소개하고,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코너다. [편집자 주]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는 10월 29일 출시한 스타일링게임 샤이닝니키의 서비스를 돌연 종료하며 사과 한 마디 없이 "우리는 중국 기업으로, 조국(중국 정부)와 항상 입장이 일치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더해 회사는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 중앙위원회(共青团中央)가 웨이보에 적은 글을 공유하며 "한국 의류 문화(의관 제도)가 중국과 같다는 아래의 글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샤이닝니키 ‘한복 논란’의 시작점이 된 한복 모양 의상 아이템 / 페이퍼게임즈
페이퍼게임즈가 공유한 글은 요컨대 한복이 중국 것이라는 맥락의 이야기를 담았다. 글은 "한국 왕실 의상은 명나라 황제가 수여한 것이고, 중국은 제후국(藩)의 하급 복식에 대해 위로와 은총, 격려를 보내 조선이 더 충성스럽게 중국에 봉사하도록 했다"며 " 한국은 자체적인 복장 체계가 없었으므로, 한국 드라마에서 본 한복은 명나라 의상을 개선한 것이다"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한복은 중국 네티즌이 주장하는 것처럼 명나라(1368년~1644년) 의복을 개량해 만든 것이 아니다. 자체적인 복장 체계가 없었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고유 한복의 정통성은 1600년간 이어졌다"며 "4~6세기 고구려 고분벽화와 신라·백제 유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적었다.

사전은 한복을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사상·관습·행위·형태·기술 등의 양식과 정신이 깃든 한복"이라며 "한민족 고유 의복인 치마·저고리·바지·두루마기에 (개화기에 추가된) 조끼·마고자를 포함한다"고 정의했다.

국가기록원에서는 한복의 형태를 만든 역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신석기 시대부터 동물 가죽이나 각종 직물로 원시적인 옷을 만들었으리라 추측하고, 이후 유라시아 유목민의 상의와 하의가 나누어진 형태(스키타이계 복식)이 전해졌다. 여기에 북방에 살던 기마민족의 민족적 특징을 더하면서 옷의 기본 형태를 만든 것으로 본다.

이후 고구려·백제·신라는 고대국가의 면모를 갖추고 제도를 정비해 복식제도를 만들었다. 바로 이때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는 한복의 기본 형태라고 할 수 있는 바지, 저고리, 치마, 포가 명확히 나타난다. 또한 삼국의 기본 복식은 대개 비슷한 형태로, 모양과 색깔만 다양해졌을 뿐 기본 구성은 그대로 이어졌다. 구체적인 형태는 고구려의 고분 벽화에서 나타난다.

고구려고분 무용총 벽화 ‘수렵도’ 중 일부, 당시 남자 옷은 저고리와 바지를 기본으로 했다. 저고리 길이는 대개 엉덩이를 가릴 정도여서 활동성이 높았다. 포는 장딴지까지 내려왔고, 허리에 띠를 맸다. 여자 옷은 여기에 치마가 더해졌다. 한복의 주름치마는 고구려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 ICF국제문화재단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고려시대에는 지배 계층인 관인 계급에 한해 원(元)나라의 영향을 받거나 명(明)나라의 제도를 본받으려는 움직임이 나왔다. 다만 서민층에서는 여전히 한국 고유의 복식을 그대로 이어갔다.

원나라나 명나라 초기 중국에서 특히 여성이 한복과 비슷한 복식을 입었던 이유로는 ‘고려양’이 꼽힌다. 대몽항쟁 이후 고려와 원나라가 교류했고, 고려 처녀나 과부가 원나라에 가는 일도 잦았다. 이들이 원나라에서 왕실, 일반 사회에 고려의 풍습을 전해 유행하게 된 것이 바로 ‘고려양’이다. 만두 떡 등 음식은 물론 특히 의복, 신발 모자 등 복식이 유행했다.

명나라 건국 이전 시기까지를 다룬 중국 역사서 속자치통감(續資治通鑒)에는 "사방의 의복과 모자, 기물이 고려를 모방해, 온 세상이 미친 것처럼 들썩이고 있다"는 기록도 있을 정도다. 결국 원나라에 인기를 끌던 한복이 오히려 명나라 초기 때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페이퍼게임즈가 공유한 글은 기자가 (중국으로부터) 동쪽으로 와서 고조선을 세웠으므로 한국 사람과 중국 사람의 계통이 같다는 기자동래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 또한 한국 학계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동북공정학자의 대표적인 논리다.

기자동래설은 ▲기자가 험난한 길을 뚫고 고조선까지 와서, 토착 정치세력을 복속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상황론적인 측면 ▲기자의 동래 기록은 한(漢)나라 이후에만 등장하며 기자동래설과는 모순되는 기록이 나온다는 문헌기록적인 측면 ▲기자의 동래에 따라 왕조 내지 지배세력의 교체가 있었다면 고조선의 문화에 은나라·주나라 계통의 청동기문화의 유입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는 고고학적 측면에서 현대 한국 학계에서는 부정적으로 본다.

이런 관점에서 기자동래설은 중국인들이 주변 민족이나 국가의 기원을 기술할 때, 이를 중국 전설상 인물의 후예로 간주하는 중화의식에서 비롯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정론은 평양에 있던 기자묘가 후세에 만든 가공의 것이고, 기자의 치적이라는 평양의 정전터가 실제로는 고구려시대 수도의 도시계획의 흔적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더 힘을 얻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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