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측 "구글 우월적 지위 남용 막아야" 주장
반대측, 정부 개입에 따른 부작용 우려

국회가 입법을 추진하는 구글의 인앱결제 방지법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자 간 주장이 엇갈린다.

구글은 2021년부터 게임 외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본인들의 결제 시스템만 이용하도록 ‘인앱 결제 정책'을 강제키로 했다. 업체가 부담할 수수료는 30%에 달한다. 애플의 수수료 정책에 맞추겠다는 것이 구글측 입장이다.

정부와 국내 기업들은 구글의 일방적인 결정을 강하게 비판한다. 구글과 같은 시장 지배력이 강한 플랫폼 기업이 결제 방법을 강요하는 상황은 ‘갑질’로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야는 국정감사 기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6건을 의결하기로 합의했다. 개정안은 인앱결제 강제 적용을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합의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의지가 크다. 그러나 최근 제1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일부 의원이 소극적인 자세로 전환했다. 법안의 졸속 처리가 우려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공청회가 진행 중인 모습 /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공청회가 진행 중인 모습 /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구글 인앱결재 강제 방지법과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는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 조동현 슈퍼어썸 대표,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 이병태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부회장, 김상돈 원스토어 경영지원실장 등이 진술인 및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공청회, 규제 필요성 놓고 갑론을박

공청회 참가자들은 규제의 필요성을 놓고 찬반 의견으로 엇갈렸다.

이병태 교수는 "구글이 독과점 지위에 있다고 해서 반공정 행위를 한다는 근거가 없다"며 "이미 다른 콘텐츠에서 30%라는 수수료를 징수해 왔기 때문에, 반공정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을 때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앱 마켓 생태계를 백화점 입점에 비유했다. 그는 "재래시장보다 백화점 입점수수료가 비싼 것이 당연하듯, 원스토어에 올려봐야 이용자가 몇명 안 되니 수수료를 싸게 주는 것이다"며 "국내에서 몇개만 팔고 전세계에 못팔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비자 후생이 악화할 것이란 주장 역시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여당 의원들은 해당 법인 규제가 아닌 진흥법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스크린쿼터제와 IPTV법은 사실상 영화와 유료방송 시장 진흥에 도움을 주는 진흥법에 가까웠다"며 "지금 IPTV가 없어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은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며, 동등접근법 역시 규제가 아니라 진흥법이다"라고 반박했다.

반면,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이 영세한 개발사에 불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동현 대표는 "기반이 없는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문을 두드릴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앱마켓 덕분이다"며 "결제시스템이 등의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구글과 애플이 각 국가별 규제 준수 알림, 사전 출시 전 보고서 통해 자동검증과 통계분석 등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30%의 수수료는 과도하지 않은 일종의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스토어가 수수료가 훨씬 싸지만 입점을 하지 않는 것은 별도의 빌링제를 만드는 것에 돈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며 "구글의 수수료는 2014년 이후 바뀐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중에 수수료를 인상했을 때 논의를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종채 변호사는 일관되게 구글의 독점적 지위 남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부작용을 우려한다면 현실적으로 다른 결제수단을 지정하거나 강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1단계까지만 만이라도 가야한다"며 "애초부터 독점사업자의 끼워팔기는 금지행위이며, 이를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재확인하고 규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만드는 것이 적기다"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김현규 부회장은 중소개발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정 매출 이상 사업자만 콘텐츠 동등접근권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김 부회장은 "대형 개발사는 여러 앱마켓이 병존하는 것이 당연히 매출이 커지는 효과를 얻는다"며 "다만, 중소개발사들은 인력도 돈도 없어 어렵기 때문에 강제하며 안되고, 일정 매출 이상의 사업자를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계는 앱 생태계가 구글로 고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구글이 결제수단을 강제하는 것을 방지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준호 의원이 발의한 콘텐츠 동등접근권에 대한 법안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다.

"국회가 특정기업 이익 대변한다" 발언에 언성 높아지기도

공청회 과정에서 증인과 의원들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병태 교수가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은 국회가 특정기업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인다고 발언한 것이 단초가 됐다. 콘텐츠 동등접근권의 경우 원스토어가 이익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콘텐츠 동등접근권은 부가통신사업자가 특정 앱마켓에 콘텐츠를 제공할 때 다른 앱마켓에서도 앱을 제공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한준호 의원은 국회는 국민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법안을 만든 것인데 개인이 와서 법안에 대해 하나하나 잘 못됐다고 코멘트하는 것을 문제삼았다.

그러자 이 교수는 "전문가를 불러놓고서 의견을 낸다고 타박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이 교수의 발언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충분히 숙고한 법안이 아니라 말한 것에 실망이며, 법안 논의가 특정업체를 위한 것이라 말한 주장 역시 반대로 생각하면 구글을 보호하기 위한 주장으로 비쳐지므로 이러한 형태의 논의는 바람직 하지 않다"고 말했다.

구글 "당연히 갑질 안할 것이지만, 규제는 안 돼"

일부 야당 의원들은 구글이 일부 영세 개발업체를 압박해 해당 법을 반대할 것을 종용한다는 의혹을 계속해서 제기한다.

스타트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구글의 갑질 의혹에 대해서 여기저기 민원이 들어오는데, 공정위가 뭐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며 "콘텐츠 동등접근권을 제외한 구글인앱결제 방지법은 대형 사업자들에게도 필요한 법인데 야당에서 왜 갑자기 반대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여한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모순적인 논리를 펴기도 했다. 조 의원이 공정한 시장환경 조성을 위해 갑질 방지조항을 수용할 수 있는지 묻자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는 "법 이전에 당연히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당연한 조치라면 법을 만들어도 상관없지 않냐"는 질문에 "가능한 규제없이 지키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처리 여부는 다음주 열리는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법안 통과의 마지막 변수가 될 전망이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