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코로나19 종식" vs "최종 결과 다 지켜봐야" 충돌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임상3상에서 90% 이상의 효과를 보였다는 중간 결과 발표에 세계가 술렁인다.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비추는 의견이 있는 반면 최종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안도하기는 이르다는 전문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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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쟁 끝날까…기대감 높여

기대감을 내비치는 집단은 코로나 전쟁이 끝날 수 있다고 보는 눈치다. 백신 개발 단계에서 회사가 90%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는 점을 높게 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당초 코로나19 백신에 요구한 효과는 50% 수준이기 때문이다.

백신 상용화에 대해 매번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비쳤던 앤서니 파우치 미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놀랍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효과가 그렇게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화이자 백신이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공중보건 조치와 결합되면 팬데믹 사태가 종결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학계도 같은 반응이다. 폴 오핏 펜실베니아 대학 교수 겸 미국 FDA 백신자문위원회 위원은 "화이자 백신 개발 소식은 한 줄기 희망과 같다"며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영하 70도 보관, 사실상 ‘불가능’

반면 아직 속단은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임상3상 중간 평가 결과는 제약사발 소식인 데다가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온 만큼 최종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다.

제시 굿먼 조지타운 대학교 약학·감염학과 교수는 "이런 시기에 탄탄하면서도 신속한 결과를 냈다는 것은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는 증거다"라면서도 "실질 데이터 확인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데이터 추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 효과와 관련된 장기적인 데이터가 수집되기 전까지는 제약사 측에서 발표한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백신 운송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된다. 화이자 백신이 영하 70도에서 보관돼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는 초저온 상태에서 백신을 운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외신에 따르면 화이자가 개발 중인 백신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이다. 바이러스 DNA나 RNA 등 핵산을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일정 기간 이상 특정 온도를 벗어나면 효능을 기대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또 이같은 백신의 대규모 운송을 경험한 곳은 세계에서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안전성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0일(현지시각) 온라인 브리핑에서 "화이자 임상시험 결과는 고무적이고 희망적이지만 영하 70도 이하에서 보관돼야 한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냉동 공급망이 필수적인 가운데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은 관련 운송 체계를 갖춘 게 아닌만큼 전세계 보급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마시디소 모에티 WHO 아프리카 담당자도 "아프리카 국가에 있어 냉동 공급망은 심각한 문제다"라며 "백신을 지원할 때 이같은 문제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최종 임상 결과 등을 확인하고 도입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서경원 식약처 의약품심사부장은 "화이자 백신 임상3상 중간결과가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브라질 등 6개 국가에서 관련 임상3상이 아직 진행되는 만큼, 최종 임상 결과를 종합적으로 보고 (도입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