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막사발에서 신라 금관까지’ 이 책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우뚝 선 ‘경천사 십층석탑(국보 제86호)’, ‘증도가자’라고도 불리는 ‘고려 금속활자’, 고려 청자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고려 청자철채백화당초문매병’. 모두 우리나라의 국보급 문화재이자, 숱한 ‘수난’을 겪은 문화재다.

우리나라 국보급 문화재 가운데에는 일제 강점기에 파손돼 제 모습을 찾지 못한 것도, 세계의 역사를 다시 쓸 정도로 혁신적인 것임에도 정작 우리가 부정하고 있는 것도 있다. 도굴 혹은 밀반출돼 우리나라를 떠났다가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못한 문화재도 많다.

조선 막사발에서 신라 금관까지 / 역사인
조선 막사발에서 신라 금관까지 / 역사인
철저한 자료 조사와 정밀한 고증을 거쳐 쉽고 재미있는 글을 쓰는 역사소설가, 손정미 저자가 신간 ‘조선 막사발에서 신라 금관까지’를 냈다. 우여곡절을 겪은 우리나라 국보급 문화재를 소개하는 책이다. 문화재 소개와 뒷 이야기, 시대상과 역사 배경까지 녹여낸 책이다. 책 마지막에는 저자가 발로 뛰며 손에 넣은, 일본에 있는 우리나라 국보급 문화재 사진도 담겼다.

‘조선 막사발에서 신라 금관까지’를 쓴 손정미 저자에게 다섯가지 질문을 물었다.

Q1.문화재의 정체성 찾기, 이 책을 쓴 동기는 무엇인가요?

-역사 소설을 쓰다보니 국립중앙박물관을 자주 다닌다. 지금까지는 경천사 10층 석탑을 비롯한 유물을 그냥 감상하고 기록만 했었다. 그런데, 이 유물에 얽힌 역사를 알고 그 감동이 백배, 천배 커지는 것을 경험했다. 역사도 더 깊이 알게 된다. 우리 유물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깨닫게 된다. 이 경험을 독자와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썼다.

Q2.문화재와 사연을 정말 정밀하게 그렸습니다. 취재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나요?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숱한 수난을 겪은 문화재의 이야기다. 임진왜란 이야기도 넣었다. 일본 답사를 수 차례 갔다. 일본에는 조선에서 건너가 일본 최고의 도공으로 인정 받은 ‘이삼평’의 신사가 있다. 그 신사를 보러 갔다가 시간이 늦어져 해가 질 무렵까지 있게 됐다.

경건한 마음으로 답사를 마치고 내려오는데, 정말 큰 개가 달려드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죽는 줄 알았다. 답사 비용이 넉넉하지 않아 버스나 기차 등 대중교통을 타고 많이 걸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Q3.이 책에서 다룬 문화재 가운데 가장 아름답거나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 이유는?

-이 책에서 다룬 문화재 모두가 주옥같은 것들이다. 그 중에서도 의지를 가지고 사연을 다룬 것이 ‘고려 금속활자’다. 고려 금속활자는 세계 인쇄사를 다시 쓸 만한, 획기적인 사건이다. 우리나라의 긍지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는 스스로 ‘이것이 문화재가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이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 정성들여 고려 금속활자 파트를 썼다. 많은 독자가 읽어주기 바란다.

Q4.저자로서 독자가 꼭 읽었으면 하는 챕터 혹은 문장을 두세개쯤 선정해주세요.

-이 책에서 주로 다룬 것은 우리나라 문화재의 일제 강점기 수난사다. 조선 막사발을 쓰면서 임진왜란때 끌려간 도자 장인들의 이야기도 썼다. 이 부분을 잘 읽어달라. 이들의 기술 덕분에 일본에서 도자 산업이 발달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본이 일본 메이지 유신을 이끌었고, 일본 메이지 유신은 조선 침탈로 이어졌다. 역사적 아이러니이기에 우리가 곱씹어야 할 교훈을 준다.

Q5.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독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로비를 보면 ‘경천사 10층 석탑’이 서 있다. 이 뒤에 식당도 있어서 많은 이들이 이곳을 지나다닌다. 이 때 ‘아 그냥 탑이구나’라고 생각하며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이 탑에 얽힌 역사적 배경을 꼭 눈여겨봐달라. 그러면 탑이 정말 다르게 보인다. 일제강점기 우리가 어떤 문화제 수난을 당했는지 알게 된다.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큰 난관과 우여곡절 끝에 돌아왔는지 알게 된다.

이렇게 역사를 아는 재미를 느끼고, 역사와 문화재를 아껴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달라.

'조선 막사발에서 신라 금관까지’ 손정미 저자 5Q 인터뷰 / 촬영·편집 차주경 기자

※역사책방은 11월 중 출판 강연과 행사를 아래처럼 마련합니다.

11월 5일(목) 19:30 이동기 저자 ‘비밀과 역설-10개의 키워드로 읽는 독일통일과 평화’
11월 12일(목) 19:30 정승욱 저자 ‘홀로 선 자본주의’
11월 14일(토) 19:30 김인철 저자 ‘근대건축기행’
11월 24일(화) 19:30 신병주 저자 ‘왕비로 산다는 것’
11월 25일(수) 19:30 고두현 저자 ‘시는 우리를 어떻게 위로하는가’
11월 28일(토) 11:00 박태웅 저자 ‘광화문 문학기행-낮선 친숙함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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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손정미는

손정미 작가는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뒤 20여년간 조선일보 사회부·정치부·문화부를 현장 취재했다. 2012년 역사 소설을 쓰기 위해 조선일보사를 그만뒀다.

손정미 저자
손정미 저자
경주를 무대로 삼국통일 직전의 긴박했던 상황을 다룬 ’왕경(王京)’을 시작으로 고구려 소설 ‘광개토태왕(1·2)’,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도공 서란’을 썼다. 주요 문화재를 역사적 배경에서 심층적으로 풀어 쓴 ‘조선 막사발에서 신라 금관까지’를 출간했고, IT조선에서 웹 소설 ‘그림자 황후’를 연재하고 있다.

book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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