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의료데이터 분석·진단하는 '원격진료 시대' 성큼

입력 2020.11.17 06:00

인공지능(AI)이 의료 데이터를 모으고 질병을 분석·진단하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의료계 AI 활용 방식이 단순 의료 데이터 기반의 의료 보조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의료 서비스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기존 2D 의료 영상을 3D 컬러로 시각화해 환자와 의사 간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의료 플랫폼 개발 기업이 등장했다. 녹내장을 AI 기반으로 진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해 식약처 허가를 따낸 대학병원 교수도 있다.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비대면으로 전문의의 소견을 첨부할 수 있는 기반 기술도 갖추고 있어 원격의료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케 했다.

/ 아이클릭아트
CT, MRI 등 기존 2D 의료 영상을 3D 컬러로 시각화한 ‘메디컬 아이피’

의료영상 처리 SW 기업 메디컬아이피는 CT, MRI 등 흑백 2D로 확인하던 기존 의료영상을 AI 기반 3차원 컬러로 구현하는 3D 시각화 기술, ‘메딥’을 개발했다. 이 기업은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각 장기, 병변 영역을 분할한 의료영상 빅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

이를 통해 컬러 3D 영상으로 인체 내부 정보를 표현해 의료진과 환자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도울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업은 해당 SW로 식약처 의료기기 2등급을 포함, 미국 FDA, 유럽 CE 인증 등 글로벌 검증도 받았다.

향후 의료진은 메딥을 활용해 환자의 병증을 진단·분석하고 필요한 경우 수술을 계획하며, 질병의 예후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메디클립 이용 프로세스와 모바일 기기에서 의료영상을 확인(오른쪽)하는 모습 / 메디컬아이피
메디컬아이피는 웹과 모바일 환경에서 3차원 컬러 의료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 ‘메디클립’도 개발했다. 메디클립을 활용하면, URL이나 QR코드를 통해 3D로 구현된 의료영상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고, 영상 내 의사 소견까지 함께 전달할 수 있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의료진과 환자가 소통할 수 있는 원격진료의 기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메디컬아이피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에서 해당 플랫폼을 활용한 임상을 시행하고 있다"며 "이 기술은 비대면 진료는 물론, 환자의 문의사항 전달과 의료진 간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과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진료기록을 보관·활용하는 데에도 효과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메딥 코로나19 진단 이미지 / 메디컬아이피
메디컬아이피는 올 초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도 받았다. 첨단기술을 접목한 AI 의료 플랫폼을 다수 개발해 산업 발전 및 지역사회 성장을 견인한 공로로 수상했다. 실제로 이 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의료자원 부족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코로나19 정량화 SW ‘메딥 코로나19’를 전 세계에 무료로 배포한 바 있다.

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는 "AI는 의료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의료진과 병원환경, 나아가 서비스 대상 주체인 환자와 가족들에게 모두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라며 "의료진과 병원은 AI라는 수단을 통해 의료 데이터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으며, 한정된 의료 자원 내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는 AI 의료 솔루션을 지속해서 개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AI 기반 녹내장 진단 SW 개발해 식약처 허가 따낸 정재훈 건양대병원 안과 교수

녹내장 전문의인 정재훈 건양대병원 안과 교수는 AI 기반 녹내장 진단보조 SW ‘아이뷰(Eye View)’를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허가용 임상시험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3등급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아이뷰 분석 이미지 / 정재훈 교수
녹내장은 유병률이 높은 만성 질환이지만, 대부분 자각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중요한 질병이다.

정 교수는 "녹내장을 조기 발견할 방법 중 하나가 안저 사진을 촬영하는 것인데, 이를 판독하기 위해선 숙련된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안저 사진을 녹내장 전문가가 전부 판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SW를 통해 AI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다. 정 교수는 기계학습의 모범답안을 만드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하나의 질병이라 하더라도 수많은 상황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 나름의 기준과 원칙을 만들어야 했다"며 "녹내장 전문의들을 섭외해 데이터를 확보하는 등 기계학습을 위한 자료를 최대한 많이 얻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안저카메라 이미지 데이터를 분석해 AI 기반 녹내장 진단 알고리즘을 만든 후 건양대병원 의료기기 중개 임상시험 지원센터를 통해 허가용 확증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민감도와 특이도에서 최소 기준을 크게 상회하는 결과를 얻었다. SW를 활용한 이미지 분석시간은 영상 한 장에 평균 1.7초로 빠른 진단이 가능하고 사용법도 간단해 의료진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교수는 "사람의 건강을 위해 첨단 기술이 의료에 접목되는 것은 필수지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검증과 제도적인 보완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며 "의료기기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등 국내 환경이 매우 열악하지만, 한국의 SW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향후 관련 산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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