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계 시총 1위 기업 애플, ‘품격’이 아쉽다

입력 2020.11.19 06:00

시가총액 2조298억달러(2246조원)를 자랑하는 한 기업이 있다. 삼성전자(388조원)보다 5배 넘는 규모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사업을 키워 8월에는 석유 기업 사우디 아람코를 누르고 글로벌 시총 1위 왕관을 차지하기도 했다. 사과 모양으로 상징되는 ‘애플’ 얘기다.

애플이 이같은 성장을 이룰 수 있던 배경에는 혁신이 있었다. 애플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창업자 지휘 아래 기술과 디자인에서 새로운 시도를 더해 소비자 이목을 끌었다. 애플이 2007년 처음 선보인 1세대 아이폰은 세상을 바꾼 제품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다.

품질에서 타협하지 않는 경영 철학도 호응을 받았다. 잡스 전 CEO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홈런 1개가 2루타 2개보다 훨씬 낫다"며 품질을 강조했다. 애플이 타 제조사보다 신기술 도입이 늦을 때도 있었는데, 이 역시 완성형 제품을 내놓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혁신과 품질을 주축으로 한 애플 행보에 소비자는 탄탄한 수요로 응답했다. 애플에서 아이폰(스마트폰)과 아이패드(태블릿PC), 맥북(노트북) 등을 출시할 때마다 매장에 줄을 서서 구매하는 이들이 나올 정도로 마니아 층이 두터웠다. 애플 제품을 다수 구매해 사과 농장을 이루는 것은 애플 팬덤의 불문율이 됐다.

아이폰12가 출시된 10월 30일 오전 애플 가로수길 매장 전경. 매장 개점 시간에 맞춰 아이폰12를 구매하고자 소비자들이 줄을 선 모습이다. / 김평화 기자
하지만 최근 보인 애플 행보는 과거와 결이 다르다. 깜짝 놀랄 혁신보다는 안정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일정 부분 개선을 더한 제품을 내놓는다. 품질에서는 여러 잡음이 들린다. 지난해부터 출시된 애플 제품 곳곳에서 결함이 보고되고 있다. 아이폰12 시리즈와 애플워치SE, 에어팟 프로 등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아이폰12 시리즈는 애플이 10월 선보인 아이폰 신형이다. 5G 네트워크 지원에 전 모델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첫 아이폰 시리즈로 주목을 받았지만 출시 후 디스플레이 결함 논란에 휩싸였다. 아이폰12 미니는 해외를 중심으로 터치스크린 오류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9월 선보인 보급형 제품 애플워치SE는 발열 현상이 보고된다. 국내외 15건가량의 문제가 발견됐으며 일부 소비자는 발열로 손목에 화상을 입었다는 피해도 밝혔다. 2019년 출시된 에어팟 프로는 음질 문제로 최근 리콜에 들어갔다.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와 애플워치SE에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놨다. 애플코리아는 "소수의 보고된 건을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조사 중이다"라고 밝혔다. 논란 확산을 막고자 내놓은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워낙 공식 입장을 밝히는 편이 아니다 보니 자사 제품에서 벌어진 문제에 답변한 것조차 흔치 않은 사례가 됐다. 아이러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의 완성도는 큰 뼈대가 아닌 세부 사항에서 결정된다는 의미다. 경영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일수록 디테일에서 사업 성공 여부가 달라진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제품 출시와 매출 증대라는 굵직한 사업 목표만큼 고객 관리와 서비스 지원 등이 중요한 이유다.

애플은 잇따르는 제품 결함 논란에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다면 왜 발생했는지, 대안은 어떤 것일지 안내할 책임이 있다. 특히 애플워치SE 발열 문제는 사용자 안전과 연관된 만큼 발생 원인을 밝히고 방지책을 내놔야 한다. 이것이 세계 시가총액 1위에 빛나는 기업의 품격과 맞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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