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기반 금융 생태계, 내년에 꽃 피운다"

입력 2020.11.20 06:00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 인터뷰
비트코인 2000만원 돌파…3년만의 신기록
"가상자산 우호적인 바이든 경제 정책 덕"

"2021년에는 가상자산(암호화폐)이 세계적으로 제도권에 편입될 겁니다. 진정한 금융 자산으로서 인정받게 되는거죠. 시총은 더 커질거고, 가상자산을 바탕으로 금융 생태계는 비로소 유의미한 스케일을 갖추게 될 겁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는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의 말이다. 그는 조 바이든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향후 바이든 경제 공약이 가상자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IT조선은 18일 이 대표와 만나 최근 가상자산 상승세와 향후 전망 등을 들어봤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를 거쳐 스트리미를 설립한 이 대표는 기존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통한다.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가 2021년 블록체인·가상자산 트렌드를 짚고 있다./ 스트리미
가파른 상승세 보이는 비트코인 "땡큐 바이든"

이준행 대표는 최근 비트코인 상승세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화폐 가치 하락과 기관발 가상자산 투자, 글로벌 금융사들의 가상자산 서비스 출시에 이어 바이든 당선인 선출까지 모든게 겹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비트코인 가치는 무서운 속도로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2000만원을 돌파했다. 2018년 1월 이래 최고치다. 관련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대거 진입한 점과 페이팔·JP모건 등 금융사가 가상자산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는 점을 주요 상승 동력으로 꼽는다.


그는 특히 바이든 당선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바이든 당선 소식은 트럼프 당선보다 훨씬 강력한 비트코인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그 배경으로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친기업 성향이 약하고 법인과 대주주에 대한 증세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꼽았다. 주식시장 퍼포먼스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넘쳐나는 자금 저축 수요가 주식시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분산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대안 중 하나가 비트코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준행 대표는 "이번 상승장의 큰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와 대립, 반대 여론을 극복하고 공약으로 내세운 재정정책을 실천할 수 있는지 여부다"라면서 "개인적으로는 미국에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2~3년 안으로 승인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가올 가상자산 기반 금융 생태계 ‘신뢰’가 관건

이준행 대표는 인터뷰 내내 ‘신뢰’라는 말을 거듭했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온 가상자산 시장에서 앞으로 기업 평가지표로 작용하게 되는 건 거래량, 기업 사이즈, 인플루언서가 아닌 ‘신뢰’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가상자산 시장은 신뢰와 상식을 지키는 업자에게 박수를 쳐주기 보다는 그 반대(자전거래로 인한 거래량 부풀리기 등) 무리에 환호했다"며 "앞으로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관련 금융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뒤바뀔 것이다"라고 했다. 그 동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동성을 끌어온 이에게 기회가 왔던 반면 이제부터는 기존 금융과 같이 신뢰와 상식을 지킨 이에게 기회가 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가상자산 기반 금융 생태계는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세계 유망 증권형 토큰과 가상자산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가상자산으로 대출까지 받을 수 있다. 누구나 가상자산으로 가치를 전송받고 투자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과거 금융은 만들어진 상품에 한해 특정인만 접근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누구나 접근해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라며 텔레비전 방송과 유튜브를 예로 들었다. 유튜브가 텔레비전 방송보다 인기를 끄는 이유는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하고 접근 제한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준행 대표는 "자본을 갖춘 이들이 자본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유동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모두가 협업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고팍스같이 가상자산 기반 금융 생태계를 지원하는 기업들은 세계 금융시장을 수평적인 구조로 통합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韓 빠르게 움직여야

싱가포르와 일본 등 일부 국가는 앞으로 다가올 가상자산 기반 금융 생태계에 대비에 분주하다. 그는 이 같은 움직임을 기존 금융 시스템의 붕괴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준행 대표는 "기존 금융 시스템이 무너진 신흥국에 좋은 대안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다"라며 "이를 예상하고 아시아 일부 국가는 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제도화뿐 아니라 자국 안에서 가상자산 금융 실험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도를 했을때 잃을 것이 많은 금융 선진국에 비해서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고, 타 아시아 국가 대비 내수시장이 큰 만큼 정부가 힘만 실어준다면 산업 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국경 없는 가상자산 금융 생태계를 장악하는 것은 얼마나 신속하게 법제화하고 관련 상품을 활성화하느냐에 달렸다"며 "소비자 보호 등 제도화부터 하나하나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에 호의적이지 않다. 꽉 막힌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제에 산업 관계자들이 연일 아쉬움을 내비치는 이유다.

이 대표는 "가상자산이 금융 자산으로 포섭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지만, 특금법 개정안이 통과하는 등 산업이 조금이라도 법제화되는 움직임은 분명 희소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금융이 꽃피우는 시기 속 가상자산 기반 금융은 세계 각국에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라며 "금융 격차는 결국 규제 하나 차이로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멈춰 있어선 안된다"고 부연했다.

고팍스는 앞으로 다가올 가상자산 기반 금융 시대에 발맞춰 커스터디 서비스, 가상자산 예금 상품 출시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국내 기존 금융권과 함께 협업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예정이다"라며 "장기적으로는 파트너사와 협력해 건전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선진 금융 서비스를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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