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 특수 PC시장서 삼성·LG, 안방 내주나

입력 2020.11.20 06:00

코로나19로 산업간 성장에 호불호가 있지만, PC 시장은 모처럼 활기차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의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한국IDC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1% 늘어난 119만대를 기록했다.

모처럼 PC 시장이 살아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PC 시장 점유율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삼성과 LG는 그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세를 넓히는 외산 브랜드에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내어주는 모양새다.

코로나 특수에도 불구하고 PC 시장에서 삼성과 LG가 웃지 못하는 이유는 고착된 이들의 PC 사업 전략에 있다. 양사는 주로 한 해 중 PC 수요가 가장 높은 1분기 졸업·입학 시즌을 최대 타깃으로 잡고 그에 맞춰 신제품을 선보이는 전략을 취해왔다. CES 출품을 고려해 12월 말쯤 신제품을 발표하고, 이런저런 상을 받아 홍보 효과를 높인 뒤 1월~2월 사이에 정식 출시하는 식이다.

졸업·입학 시즌 프로모션으로 최대한 판매량을 끌어올린 다음, 전통적 비수기인 2분기를 넘긴 뒤, 가을학기 시작을 앞두고 또 한 번 반짝 프로모션을 진행해 한 번 더 판매량을 늘리는 패턴이 거의 고착되다시피 했다. 라인업도 이동성을 극대화한 초경량·초박형 프리미엄 노트북에 집중됐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이러한 국내 제조사들의 ‘황금 패턴’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상승해 평이한 수준에 그쳤지만, 전통적인 비수기였던 2분기는 재택근무 확산 및 온라인 수업 시작의 영향으로 PC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6.3%나 늘었다.

이렇게 급증한 PC 수요는 당장 집에서 업무를 보거나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기 위한 용도로 주로 ‘가격 대비 성능’이 괜찮은 중저가 PC에 집중됐다. 게임 용도 외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데스크톱 판매량도 덩달아 늘었다. 상대적으로 비싸고, 실외에서 쓰는 것에 최적화된 삼성과 LG의 프리미엄 노트북이 오히려 찬밥신세가 됐다.

삼성과 LG의 틈바구니에서 틈새시장을 노리던 외산 브랜드에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프리미엄 라인업에서 중저가 보급형 라인업에 이르기까지, 기능 및 종류별로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는 이들 외산 브랜드의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했다.

온라인 수업을 받는 자녀가 다수인 가정의 경우, 자연스레 가격이 저렴한 외산 브랜드의 보급형 제품에 손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과 LG 외에 관심이 거의 없던 일반 소비자들에게 외산 브랜드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셈이다.

레노버가 국내 브랜드 제품을 타깃으로 선보인 ‘요가 슬림 7i 카본’ / 레노버
외산 브랜드들은 시즌에 상관없이 적극적인 신제품 러시를 펼치며 한국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더욱 확실하게 찍는 중이다. 올해 최고의 ‘가성비 노트북’으로 떠오른 ‘르누아르’ 기반 AMD 라이젠 노트북들도 거의 외산 브랜드가 독점한 상태다.

그뿐만이 아니다. 게이밍 PC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래부터 이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던 외산 브랜드들은 더욱 기세를 올리는 중이다. 중저가와 게이밍 제품군에서 별다른 대안이 없는 삼성과 LG 입장에서는 아쉬운 상황이다.

삼성과 LG가 앞으로도 국내 PC 사업을 이어갈 생각이라면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스마트폰 시장처럼 최상급 프리미엄 라인업에만 의존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중저가 라인업도 대대적으로 개편과 보강이 절실해 보인다. 그렇지 못하면 코로나 특수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외산 브랜드에 덜미를 잡힐 수 있다.

레노버는 지난 17일 신제품 발표에서 올해 상반기 국내 PC 시장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국내 외산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선보인 주력 제품도 국내 브랜드 제품을 벤치마킹해 철저히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췄다. 사후 서비스도 3년 AS를 보장하고, 코로나 시국을 고려해 퀵 서비스를 통한 회수/반송 서비스를 1년간 무상으로 지원한다. 더는 틈새시장만 노리는 게 아니라 국내 브랜드와 정면으로 대결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다음 달인 12월에는 삼성과 LG 역시 내년 시즌을 노리는 노트북을 선보일 전망이다. 외산 브랜드에 안방을 내주지 않으려면 이전과 똑같은 제품, 똑같은 전략이 아님을 신제품을 통해 보여줘야 할 것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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