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프레이즈 ‘소통’도 체감하기 힘들어
부산 벡스코에 무대 설치 이유 찾기 어려워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게임 등용문 ‘지스타 2020’이 코로나 팬데믹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1년에 한번 열리는 빅 이벤트인 만큼 업계 기대가 여전히 컸지만 19일 개막 현장에서 본 느낌은 한 마디로 ‘기대가 너무 컸나’였다.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지스타 2020’은 비대면·온라인 개최 여파로 매년 최다 방문자 수를 갱신하며 승승장구해온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소통’도 체감하기 힘들었다. 비대면의 장점을 살릴 것이란 기대와 달리 보여주기식에 그쳤다는 느낌이다. 현장에서 만난 게임업체 관계자는 "잠재 고객과의 소통도 확인하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지스타조직위원회는 온라인 중심, 오프라인 연계 방식으로 소비자(B2C)행사를 열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우는 부스 대신 특설 무대 하나만 마련한 뒤, 이곳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트위치 ‘지스타TV’로 생중계하는 방식이다. 일반 관람객은 행사장에 들어올 수 없다. 이 탓에 행사 진행 중에 벡스코에 들어오려는 일반 관람객이 제지당하는 일도 간혹 있었다.

지스타2020 개막 직전, 텅 빈 벡스코 외부·내부 모습 / 오시영 기자
지스타2020 개막 직전, 텅 빈 벡스코 외부·내부 모습 / 오시영 기자
부산을 찾은 업계 관계자는 하나같이 놀라움과 씁쓸함을 드러냈다. 지스타 개막일에 벡스코가 텅 빈 모습을 처음 본 탓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 탓에 주위를 돌아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넓은 행사장 내부 조명을 모두 끄고, 오프라인 특설 무대만 빛나는 광경 또한 색다른 광경이다.

개막일에는 B2C 주요 행사로 개막식과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 위메이드의 미르4 쇼케이스가 있었다. 주요 인사가 직접 무대에 등장한 개막식 행사와 달리, 게임 쇼케이스 순서에는 무대를 전혀 활용하지 않고 게임사가 마련한 영상만 재생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부산 벡스코라는 오프라인 행사장에서 진행하는 의미가 다소 퇴색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특설 무대를 마련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결국 개막식을 제외한 행사 대부분은 온라인에서 동영상을 틀어주는 정도라서 무대를 설치한 의미가 바랬다"며 "개막식 이후에는 전광판을 제외한 무대를 쓸 일이 생각보다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만약 다시 온라인으로 행사를 해야 한다면, 이번 행사보다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보여야만 할 것이다"며 "개막 첫날 지스타를 현장에서 보니, 부산 벡스코에서 해야 할 이유를 찾기가 정말 힘들었다. 심지어 게임대상이나 지스타컵 같은 부대 행사는 서면에 있는 별도 경기장에서 진행하는 점도 불편했다"고 말했다.

벡스코 내부 특설 무대 전경, 개막식을 제외하면 특설 무대를 활용할 일이 거의 없는 탓에 앉아서 행사를 구경하는 업계 관계자 또한 거의 없었다.  / 오시영 기자
벡스코 내부 특설 무대 전경, 개막식을 제외하면 특설 무대를 활용할 일이 거의 없는 탓에 앉아서 행사를 구경하는 업계 관계자 또한 거의 없었다. / 오시영 기자
지스타 2020은 슬로건 대신 키워드 ‘온택트(On-Tact)’를 내세웠다. 이는 언택트(Untact)에 지스타TV, 라이브 비즈매칭 등 즐기고 감정을 나누는 ‘소통’을 더한 단어다.

실제로 강신철 조직위원장은 19일 지스타 2020 개막전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게임 전시회와 지스타의 차이점으로 ‘지스타TV’를 통한 소통을 꼽을 정도로 강조했다. 하지만 취지와는 달리 소통할 여지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용자가 행사장을 찾아 게임을 즐기고 게임사와 소통하는 것이 지스타의 중요한 요소였다"며 "물론 온라인 환경에서 100% 오프라인처럼 소통하기는 힘들겠지만, 지금은 마치 TV 방송국처럼 정해진 시간에 게임사가 준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마는 식이라 소통과 조금 거리가 멀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대신 조직위는 ‘방역’ 면에서는 빈틈없는 모습을 보였다. 조직위는 방문객이 행사장에 입장하기 전에 체온계, 체온 측정 카메라, 열화상 카메라로 발열 여부를 체크하고, 손소독제, 전신 소독기 등을 배치했다. 이에 더해 방문객에게 마스크, 비닐장갑 등을 제공해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벡스코(부산)=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