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있어야 사용 가능한 간편결제와 달리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오프라인에서도 결제가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연구 중입니다."

한국은행에서 CBDC 연구를 추진하는 윤성관 디지털화폐 연구팀장은 20일 한국블록체인학회 주최로 개최된 ‘2020 한국 블록체인 가을 학술대전’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 연구팀장이 CBDC 관련 발표를 진행 중이다./ IT조선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 연구팀장이 CBDC 관련 발표를 진행 중이다./ IT조선
CBDC란 지급준비금, 결제성 예금과는 별도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적 방식의 화폐다. 내재가치를 규정하기 어려운 비트코인과 같은 민간 가상자산과는 구분된다.

‘직접운영 vs 간접운영’…뚜렷한 장단점 이유로 ‘혼합형’이 적합

한국은행은 현재 CBDC 파일럿 테스트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7월 디지털화폐 설계·요건 정의·구현기술 검토를 포함한 CBDC 기반업무를 완료했다. 현재는 EY한영 컨소시엄(EY한영·라인·삼성SDS)과 함께 CBDC 업무 프로세스 분석 및 외부 컨설팅 단계를 준비 중이다. 내년부터는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해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윤 팀장은 이날 CBDC 운영 방식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따라 ▲중앙은행 직접운영▲민간은행 간접운영 ▲혼합형으로 분류하고 "혼합형이 가장 적절하다"고 꼽았다. 혼합형은 중앙은행이 계좌 관리 등 뒷단의 업무를 담당하고 시중은행이 국민을 상대로 서비스를 담당하는 식이다.

윤 팀장은 혼합형이 적합한 이유로 직접운영과 간접운영 방식의 장단점이 뚜렷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직접운영 방식은 한국은행이 CBDC를 발행한 후 직접 운영해야 한다. 이용자 개개인에게는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계좌를 줘야 한다. 이를 이유로 업무절차와 관련 시스템을 단순화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는 이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5000만 국민을 대상으로 직접 서비스까지 해야하는 만큼 관리 및 운영이 쉽지 않다. 자칫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한국은행이 직접 개입해야 하는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

간접운영 방식은 한국은행이 CBDC를 발행한 후 이를 시중은행에 운영을 맡기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식은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우면서도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가장 고민이 되는 방식이다.

윤 팀장은 "대국민 서비스 면에서는 적합하지만 중앙은행발 부채가 아니기 때문에 CBDC가 아니라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각 운영 방식의 장점을 모아 혼합형 방식으로 연구를 추진하는 이유다.

간편결제 널린 세상, CBDC 효용성은

일각에서는 이미 국민 대부분이 카카오페이와 같은 간편결제를 애용하고 있는 가운데 굳이 CBDC로 가야할 이유가 있는지에 의문을 품는다. 이에 윤 팀장은 인터넷 연결을 문제로 지적했다. CBDC는 언제 어디서나 조건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재’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터넷이 있어야만 사용 가능한 간편결제와 달리 CBDC는 오프라인 상태 또는 심지어 격오지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전제를 두고 연구 중이다"라며 "휴대폰끼리 접촉만하면 결제가 되는 기능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팀장은 모든 것은 아직까지 연구 단계에 불과할 뿐, CBDC 발행 준비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원칙을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설계하고 테스트하는 단계다"라며 "CBDC가 곧바로 발행된다고 말할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히 "단순히 또 다른 결제 수단이 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한국 경제에서의 CBDC 쓰임과 관련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