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모델Y’에 자사 배터리를 공급한다. 모델3 배터리 공급에 이어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이뤄낸 두 번째 쾌거다.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모델Y 공급사에서 빠졌다. 배터리 성능에 따른 주행거리 차이에 양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테슬라 모델Y/ 테슬라코리아
테슬라 모델Y/ 테슬라코리아
2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테슬라와 2021년부터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Y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스포츠 유틸리티(SUV) 차량인 모델Y는 모델3에 이어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두 번째로 양산하는 제품이다. 2019년 초부터 상하이에서 모델3를 양산 중인 테슬라는 2021년에는 모델Y를 양산해 중국 시장에 공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모델Y 전기차의 LG화학 배터리 탑재는 사실상 예정된 결과다.

6일 중국 기술 전문 인터넷 매체인 36Kr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발표한 신차 상품 목록에 테슬라의 모델Y가 포함됐다. 모델Y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삼원계 배터리)를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LG화학이 모델3에 공급하는 배터리다.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적용되는 테슬라 전기차는 중국 내 모델3의 하위 차종인 스탠다드(SR)다.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롱레인지(LR) 트림은 LG화학의 배터리를 쓴다.

모델3 스탠다드 차종 최대 주행거리는 250마일(402㎞), 롱레인지는 322마일(518㎞)이다. 모델Y의 최대 주행거리는 314마일(505㎞)로 LG화학이 공급하는 모델3 롱레인지 차종의 성능과 흡사하다.

모델Y의 공차 중량은 2톤으로 모델3(1.6톤) 대비 25% 무거운 점도 에너지 밀도가 높은 LG화학 NCM 배터리를 채택한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 21700/ LG화학
LG화학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 21700/ LG화학
테슬라는 대신 모델3에서 CATL 배터리 비중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3를 중국 내수뿐 아니라 유럽으로 수출해 CATL의 배터리 공급량도 확대하는 방안이다.

CATL이 생산하는 LFP 배터리 성능이 높아질 경우 LG화학을 대신해 모델3 롱레인지 차종에 CATL 배터리를 탑재할 가능성도 있지만 당장은 이뤄지기 어렵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CATL을 거치지 않을 수는 없다"며 "일정 점유율은 CATL이 지킬 수 있겠지만, 배터리 스펙에서 한계가 있어 LG화학이 모델Y는 물론 모델3 롱레인지 차종에서도 상당기간 공급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1∼9월 중국산 모델3의 판매량은 8만500대다. 중국 톈펑증권은 2021년 중국산 모델Y 판매량이 36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LG화학의 3분기 전지부문 영업이익은 1688억원이다. 테슬라에 공급한 원통형 배터리로 인한 이익만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Y에 이어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에서 언급한 ‘반값 배터리’까지 향후 공급하게 되면 LG화학의 실적도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LG화학은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할 ‘46800(지름 46㎜ x 높이 80㎜)’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46800으로 명명한 이 배터리셀은 기존 에너지의 5배, 파워 6배, 주행거리 16%를 늘려준다.

는 배터리 데이 당시 LG화학, 파나소닉이 공급하는 원통형 배터리셀인 21700(21㎜ x 70㎜) 보다 두배 이상 큰 셀을 개발해 생산 비용을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원통형 배터리 생산능력을 20기가와트시(GWh)에서 2023년 60GWh 규모까지 확대한다. 이는 테슬라 46800 배터리 전용 공급 라인이 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경쟁사 대비 높은 배터리 기술력과 성능을 강점으로 테슬라에 공급량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라며 "46800 배터리셀 개발 및 공급을 통해 테슬라와 장기적으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