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K배터리 3사의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이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2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차세대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선다.

SNE리서치는 2020년 134기가와트시(GWh)인 세계 배터리 수요는 연평균 33%씩 성장해 2030년에는 2956GWh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5년에는 1670억달러(185조원) 수준까지 커져 1500억달러(166조원)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넘어설 전망이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있는 LG화학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 공장/ LG화학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있는 LG화학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 공장/ LG화학
배터리3사가 최근 발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3분기 누적 R&D 투자비용 합계는 1조6381억원(정부보조금 포함)이다. 4분기 비용을 합하면 무난히 2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개별 회사로 보면 LG화학이 8210억원으로 3사 총 비용의 절반쯤을 차지했다. 2019년에 1조1309억원을 R&D에 투자한 LG화학은 2020년에도 비슷한 금액을 투입한다. LG화학에 따르면 이중 4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배터리 분야에 쓰인다.

삼성SDI는 3분기 누적 6197억원을 R&D 투자에 활용했다.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8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인데, 이중 80%가 배터리 분야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누적 R&D 투자비용으로 1973억원을 썼다. 경쟁사 대비 적지만 상당 비중을 배터리 분야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투자액은 2019년(2284억원) 대비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DI 중국 시안 공장 전경/ 삼성SDI
삼성SDI 중국 시안 공장 전경/ 삼성SDI
3분기 누적 매출액 대비 투자 비율은 삼성SDI(7.7%)가 가장 높았다. LG화학(3.9%)과 SK이노베이션(0.74%)이 뒤를 이었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도 대규모 R&D 투자로 K배터리를 위협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의 2019년 R&D 비용은 44억3000만달러(4조9400억원)였다. 1조원 이상을 배터리 분야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CATL도 정부 지원에 힘입어 최근 5년간 80억위안(1조3500억원)을 배터리R&D 투자에 쏟아부었다.

배터리3사의 특허 수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순으로 많았다.

LG화학은 9월 30일 기준 국내 1만6056건, 해외 2만7744건의 누적 등록 특허가 있다. 삼성SDI는 같은 기준 국내 4986건, 해외 1만2259건의 특허가 등록됐다. 국내외에서 출원 중인 특허는 6513건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외 총 2499건의 특허를 보유 중이며 1799건이 출원 중에 있다.

배터리3사는 누적한 R&D 투자에 힘입어 전지 부문에서 고른 실적 개선을 나타낸다.

LG화학은 3분기 전지 부문은 매출 3조1439억원, 영업이익 1688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매출 및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 1555억원을 달성한데 이어 또다시 실적을 경신한 것이다. 유럽 주요 고객사 신규 전기차 모델 출시와 원통형 전지 판매 증가, IT 제품 공급 확대가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LG화학은 자동차전지 및 전기차용 원통형 전지 공급 확대로 4분기 매출 성장 및 이익 증대를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 헝가리 제2공장 조감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헝가리 제2공장 조감도/ SK이노베이션
3분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부문은 매출 4860억원으로 2분기 3382억원에서 1478억원(43.7%) 증가했다. 2019년 3분기 매출액(1899억원) 대비로는 2.5배 증가한 것이다. 영업손실액은 배터리 판매량 증가 효과로 2분기보다 149억원 줄어든 989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건설 중인 미국과 유럽 생산기지가 가동되고, 수주프로그램이 본격화되는 2022년에는 배터리 부문의 5조원 중반대 매출과 손익분기점(BEP) 달성이 실현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3분기 전지 부문에서 2조38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9년 3분기보다 24.1% 증가한 수치로 전체 실적 성장세를 견인했다. 특히 중대형전지 부문에서 전기차용 배터리가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고 유럽 전기차 지원정책까지 강화하면서 큰 폭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는 3분기에 손익분기점 수준에 도달했으며 4분기에도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라며 "2021년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지만 2021년 연간으로 보면 흑자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