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결국 자율주행차 표준으로 C-V2X를 선택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핵심인 자동차 통신기술로 셀룰러 기반의 C-V2X를 낙점한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있지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입장은 단호하다. 성능은 물론이거니와 기술 발전의 방향성 등을 고려해도 C-V2X가 정답이라는 것이 FCC측 설명이다.

자율주행차는 차와 차, 차와 인프라, 차와 사물 등 외부환경과 통신(V2X)이 필수적이다. 차가 스스로 움직이려면 외부정보를 잘 파악해야한다. 카메라와 센서 등이 운전자의 눈과 귀를 대신한다면, 커넥티드카 기술은 자율주행차를 기반으로 전체적인 교통시스템을 연결시켜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이동성을 담보한다.

자율주행차가 어떤 방식으로 통신할지 두 가지 기술이 경쟁한다. 하나는 근거리 전용 고속패킷 통신시스템(DSRC)을 기반으로 한 웨이브(WAVE, Wireless Access in Vehicular Environment)이고, 다른 하나는 LTE 또는 5G와 같은 이동통신망을 통해 커넥티드카 기능을 구현하는 C-V2X다.

2018년 중국이 세계 최초로 정부 주도 아래 자율주행차 통신기술로 C-V2X를 선택했다. 여기에 이번 미국의 결정이 더해지면서 ‘C-V2X 대세론'에 힘이 실린다. DSRC에 기반한 단일표준을 준비했던 유럽연합(EU)조차 최근 이사회 표결에서 최종 부결되면서 웨이브 적용이 사실상 무산됐다.

미국과 중국, EU 등은 웨이브의 기술 발전이나 보급 속도가 기대 이하였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아지트 파이 FCC 의장은 이번 결정과 관련 "지난 20여년 동안 웨이브 기술은 발전이나 확산이 더디게 진행됐다"며 "C-V2X의 발전 가능성이 큰 만큼 (C-V2X에) 주파수를 배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는 설명을 내놨다.

미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 웨이브 방식의 V2X 장비를 탑재한 자동차는 1만5000여 대로, 미국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중 0.005% 정도에 불과하다. 20년 가까이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린 결과로 보기엔 너무나 초라한 성적이다.

우리 정부는 ‘한국판 뉴딜 계획' 중 하나로 대규모 차세대 지능형교통망(C-ITS)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2025년까지 고속도로 전체 구간에 C-ITS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도 배정된 예산만 5785억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국내 C-ITS 관련 정부 주도의 실증사업은 모두 웨이브 기반이었다. 과기부는 2021년까지 5.9㎓ 대역 통신 방식을 결정할 계획을 세우며 C-V2X의 유용성을 선택했다. 반면 국토부는 웨이브 방식에 손을 들었다. 지금까지 웨이브 방식으로 실증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안정성이 확보됐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국내 C-ITS 관련 정부 주도의 실증사업은 모두 웨이브 기반이었다. 안정성만 좇다가 글로벌 흐름에서 뒤쳐질까 걱정된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와이브로'가 생각난다. 글로벌 이동통신 표준으로 LTE가 부상하던 시절 우리만 와이브로를 고집했던 전례가 자동차 분야에서 재현돼선 곤란하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