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배칼럼] 마윈을 위한 변명

입력 2020.11.23 06:00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 전 회장이 중국 당국을 비판해 곤란을 겪고 있다. 그가 최대 주주인 앤트그룹은 48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공개(IPO)가 전격 연기됐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마윈 회장의 발언에 격노해 IPO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가 된 발언을 보니 중국 변화를 열망하는 마윈 회장의 절절함이 느껴진다. ‘리스크(위험) 없는 혁신은 불가능하다’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언론 보도를 보면 마윈 회장은 적벽대전을 비유하며 중국이 혁신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조조가 모든 전함을 연결한 시도는 세계 최초의 항모를 만드는 혁신적이 발상이었지만, 불타버렸다는 이유로 다시는 비슷한 혁신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마윈 회장은 "혁신은 반드시 시행착오가 따른다. 실수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실수를 하더라도 보완해 혁신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앤트그룹은 중국인 10억명이 사용하는 전자결제 플랫폼 알리페이의 모회사다. 사상 최대 규모인 3400조원이 모인 기업공개(IPO)로 과감한 혁신을 모색하려 했다. 이를 위해 중국 당국의 협조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가 이 연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마윈 회장이 왜 이 시점에 이런 발언을 했을까. 추측컨데 글로벌 혁신 체계가 미국 중심으로 급변하는 것과 관련이 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잠재적인 경쟁상대인 미국의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은 무서운 속도로 치고 나가고 있다. 그에게는 큰 위기로 다가왔을 것이다.

마윈 발언을 보면서 우리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산업계 리더와 대화하다 보면 한국에서의 혁신 어려움을 토로한다. 기성세대는 ‘소리쳐 봐야 내 목만 아프다’고 지레 포기하고, 젊은 CEO들은 ‘규제를 바꿔가며 한국에서 사업할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이들이 한국을 떠나면 일자리도 부가가치도, 낙수효과도 없다.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2005년 부산 APEC CEO 서밋 현장에서 마윈 알리바바닷컴 사장을 만난 적이 있다. 한국에 진출했다가 포기하고 철수한 지 얼마 안 돼, 언론의 그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그런 와중에 마윈 사장은 "3년 안에 이베이를 이기고, 야후를 인수하고, 구글 사업을 중단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한국에서조차 안 통한 기업이 글로벌을 호령하는 기업을 꺾겠다는 발언은 꽤 황당하게 느꼈다. 더욱이 당시 그의 모습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초라해 보여 ‘CEO가 맞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이후 알리바바의 급성장을 보면서 ‘허풍만은 아니었구나’란 생각을 떠올리곤 했다.
마윈 회장은 지금 충분히 성공했고, 부(富)도 축적했다. 위험을 떠안는 ‘혁신’ 보다는 보유 자산을 잘 굴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당국에 코드를 맞춘다면 어렵지 않게 회사와 부를 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리스크를 택하고, 중국 당국 설득에 나섰다.

훗날 마윈의 발언에 대해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까. 그리고 비록 시 주석까지 나서서 제동을 걸었지만, 중국 당국이 마윈 발언을 무시만 할 수 있을까.

우리를 보자. 과연 정부에 대놓고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기업인이 얼마나 있을까. 혹여나 이번 마윈의 사례가 우리 기업인들이 더 말조심에 나서지나 않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김준배 취재본부장 j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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