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긍정 임상 소식에 접종 나선 세계 각국
미국·영국은 12월 시사 "승인 후 접종 개시"
막무가내 접종 나선 중국 "우리 백신이 최고"
신중한 한국 "최소 50만건 이뤄진 뒤 접종"

해외 제약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임상3상 중간 결과를 속속 공개하자 세계 각국이 백신 접종에 욕심을 낸다. 미국과 영국 등은 12월을 기점으로 연내 접종을 시사했다. 중국은 임상시험 완료도 전에 자국민을 대상으로 자국 백신을 투여하는 등 조급함을 드러낸다. 반면 한국은 내년 하반기 접종을 시사하며 신중한 모습이다. 어느 국가에서 코로나19를 먼저 효과적으로 다스릴 지 관심이 고조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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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美…"백신 연내 접종 가능성"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이르면 12월 11일 자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미 백악관 ‘초고속 작전팀’ 최고책임자 몬세프 슬라위는 최근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하면 24시간 내 백신을 접종 장소로 출하할 계획이다"라며 "12월 8~10일 회의를 열어 백신 승인 여부를 논의하고 다음날인 11일이나 12일쯤에는 백신이 출시될 수 있다"고 밝혔다.

FDA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백신 승인을 위한 논의를 진행한다. 앞서 11월 20일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긍정적인 임상3상 중간결과를 토대로 미 FDA에 백신 긴급사용을 신청했다. 모더나도 백신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전망이다. 화이자와 마찬가지로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이 회사는 최근 자사 백신의 효과가 95%에 육박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최근 백신 효과가 최대 90%까지 나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임상3상 결과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앞서 아스트라제네카와 3억회분의 백신 공급 계약을 맺었다.

미국은 또 12월 접종을 시작해 내년 5월쯤에는 집단면역 효과를 거둬내겠다고 선언했다.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인구의 70% 정도가 면역력을 갖는다면 집단면역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우리 계획에 따르면 5월쯤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英 "12월 1일부터 백신 접종 시작"

코로나19로 약 5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영국은 이르면 12월 1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에 나설 전망이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은 이번주 안으로 화이자 백신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보건서비스(NHS)에 12월 1일 접종개시를 준비하라는 지침이 내렸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앞서 화이자와 3000만회분의 백신 계약을 맺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1억개 이상의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한 영국 정부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임상 결과에 ‘환상적’이라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가 함께 연구하는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됐다"며 "추가 안전 점검을 거쳐야하지만 이것만으로도 환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영국은 내년 4월까지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노인과 의료진 등 고위험군을 시작으로 1월 말쯤에는 18세 이상의 성인도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막무가내 中 "임상 완료 안돼도 맞으세요"

중국도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낸다. 중국 정부는 7월부터 의료진과 외교관, 교사 등을 대상으로 ‘백신 긴급사용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임상시험이 완료되지 않더라도 백신을 투약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상 백신은 임상3상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한 후 공식 승인 절차를 거쳐 일반에 배포된다. 중국은 이같은 절차를 밟지 않고 개발 단계의 백신을 일반인에게 투여하게 끔 유도하는 셈이다.

예컨대 시노팜은 최근 중국 정부 승인 아래 자사 백신을 100만명쯤의 중국인에게 접종했다. 현재 시노팜은 중국 우한연구소, 베이징연구소와 각각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임상3상 과정을 밟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류징전 시노팜 회장은 "정부의 긴급 사용 프로그램을 활용해 100만명 가까운 이들에게 백신을 투여했다"며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백신 ‘코로나백’의 임상3상을 진행 중인 시노백도 긴급사용허가를 받고 의료진 등에게 자사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아직 관련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시진핑 중국 주석은 백신 접종과 관련해 자국 백신 효과를 강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코로나 백신 연구·개발·생산에서 진전하고 있다"며 "백신을 모든 국가가 사용할 수 있는 공공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중한 韓 "해외발 백신, 2021년쯤 접종"

우리나라는 신중하다. 연내 접종을 목표하는 해외 국가와 달리 적합한 접종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꼽았다. 이는 초반에 공급되는 백신의 부작용 등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방역당국은 최근 "코로나19 백신 허가와 배송 준비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2021년 하반기쯤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내년 가을 독감 예방접종이 이뤄지기 전에 의료진과 고령자 등 코로나19 우선 접종이 필요한 대상부터 접종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한국의 이같은 신중함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미 다량의 백신을 확보한 미국과 EU, 일본은 (늦어도) 내년 초 백신 접종을 희망하는 반면 한국 보건 관료는 내년 하반기 접종을 목표한다"며 "한국 정부가 초반에 공급되는 백신의 부작용 등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먼저 백신을 접종할 다른 국가에서의 효과를 확인하고 싶은 상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무리하게 백신 접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세계적으로 50만~100만건 정도의 접종이 이뤄지면 부작용까지 확인하고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며 "내년 독감 예방접종이 이뤄지기 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