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글로벌화를 넘어 전문화·세분화가 진행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콘텐츠 업계는 특정 시청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보다 전문화된 OTT가 향후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죠티르모이 사하(Jyotirmoy Saha) 오거스트미디어 창립자 겸 CEO. / 유튜브
죠티르모이 사하(Jyotirmoy Saha) 오거스트미디어 창립자 겸 CEO. / 유튜브
죠티르모이 사하(Jyotirmoy Saha) 오거스트미디어 CEO는 최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라이선싱콘2020 온라인 강연을 통해 "넷플릭스 등 대형 콘텐츠 플랫폼이 다수 등장했지만 특정 시청층을 만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특정 콘텐츠 니즈를 반영한 틈새 콘텐츠가 제작될 전망이며, 특정 소규모 그룹을 대상으로 한 전문 콘텐츠 플랫폼이 많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화, 세분화 OTT 예시로 크런치롤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소규모로 시작한 크런치롤은 글로벌 시장의 대형회사로 성장했고,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종착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경제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소니는 미국 통신사업자 AT&T와 ‘크런치롤’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소니가 크런치롤 인수 비용으로 제시한 금액은 1000억엔(1조725억원) 이상이다.

소니가 크런치롤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자사 콘텐츠를 세계시장에 배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일본에서 한달만에 150억엔(1608억원) 흥행수입을 기록한 히트작 ‘귀멸의 칼날(鬼滅の刃)’ 제작사 애니플렉스를 손에 쥐고 있다. 또, 애니메이션 콘텐츠 유통을 위해 2017년 애니 전문 OTT 퍼니메이션 프로덕션도 인수한 바 있다.

크런치롤은 애니메이션 콘텐츠에 특화된 OTT 서비스다. 2006년 소규모로 출발해 2012년 유료회원수 10만명을 기록했던 것이 지금은 유료회원만 300만명 이상에, 광고를 포함해 애니를 무료로 시청하는 회원 수가 7000만명에 이르는 등 대형화 됐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200개 이상 국가에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퍼니메이션을 인수했지만 100만명 회원 확보에 그친 소니 입장에서는 크런치롤 인수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콘텐츠 업계 분석이다. 소니가 가진 애니메이션 콘텐츠 자산과 크런치롤이 결합해 지금까지 없던 일본 애니메이션에 특화된 글로벌 OTT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업계는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아마존프라임비디오·애플TV 등 대형 OTT가 글로벌 패권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과 차별화되고 특정 시청자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전문화·세분화된 OTT의 등장이 필연적이라는 시각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