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결국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신규 앱에 대한 인앱결제 확대 적용 시점을 내년 1월에서 9월로 연기했다. 이는 한국만을 위한 예외적인 조치다. 다른 국가는 당초 발표대로 진행된다.

스타트업 업계가 반발하고 정치권이 공세를 이어가는데다 일부 앱 사업자들은 공동변호인단을 꾸려 공정거래위원회에 구글을 신고하는 등 압박한 데 따른 조치다. 구글은 정책 유예를 통해 앱 생태계를 위해 힘쓰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업계를 설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앱 개발사와 국회 입장에서도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기존 일정대로라면 국내 앱 사업자는 당장 두 달 뒤부터 수수료 30%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국회가 추진 중인 ‘구글 갑질 방지법’도 여야 이견 차이로 연내 입법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시간을 벌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씨는 살아있다. 이번 조치는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일시적 유예일 뿐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 앞서 애플은 중소 개발자에 대해 수수료를 30%에서 15%로 낮추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눈가리고 아웅’이다. 의도적인 시간 끌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구글은 IT 및 스타트업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정치권이 규제 입법을 추진하자 눈치를 살필 뿐이다.

본질은 스타트업 생존과 소비자 피해다.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국내 앱 사업자의 수수료 부담은 해결되지 않는다. 인앱 결제 강제로 인해 자체 결제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부담도 있다. 정책을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국회와 정부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신중론을 제시한 야당 역시 이번 연기를 기회로 삼아 인앱 결제 현황 파악에 앞장서길 바란다. 남은 기간 동안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