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나오는 게임 광고, 인지도·다운로드수 끌어올릴 때 효과적
게임 OST 등 마케팅을 실제 게임에 활용하는 세련된 형태로도
마케팅 경쟁 과열, 소비자 비용 전가 등 악영향도

최근 한국 게임 기업이 연예인을 모델로 발탁, 온라인 광고를 활발히 상영한다. 광고뿐 아니라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콘텐츠 제작 등 마케팅 전반을 연예인과 함께 하는 게임 기업도 있다.

업계는 연예인을 동원한 ‘스타 마케팅’이 게임 인지도를 쌓고 다운로드수를 늘리는데 좋다고 분석한다. 한편으로는 마케팅 경쟁이 과열되면 자본 싸움으로 변질, 게임 업계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타 마케팅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 역시 주의할 요소로 꼽혔다.

스타 마케팅 사례는 한국 게임 업계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2017년 리니지M에 최민식을, 넷마블은 같은 해 리니지2 레볼루션에 지드래곤을, 넥슨은 2019년 트라하에 크리스 헴스워스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이용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토르’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크리스 헴스워스를 기용한 넥슨 ‘트라하’ 이미지 / 넥슨
’토르’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크리스 헴스워스를 기용한 넥슨 ‘트라하’ 이미지 / 넥슨
지금까지는 중국 게임이 한국 시장을 공략할 때 한국 연예인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대형 게임뿐만 아니라 게임 품질이 낮고 내용도 판에 박힌 ‘중국산 양산형 게임’까지 유명 스타 마케팅에 뛰어들자 이용자는 피로도가 높다며 비판했다.

한국 게임 기업은 이를 계기로 연예인보다 게임 내용에 초점을 맞춘 광고에 집중했다. 그러다 최근 연예인과 손잡고 스타 마케팅을 다시 시작했다. 대신 광고 내용과 형태가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초호화 캐스팅’을 활용한 재치있는 영상으로 게임을 알리고, 가수 태연과 함께 게임 OST를 제작한 엔픽셀 그랑사가, 게임 테마곡과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웹 예능 영상을 선보인 넷마블 세븐나이츠2가 대표적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게임 광고에 연예인을 모델로 쓰면, 인지도를 높이고 다운로드수를 올릴 때 매우 효과적이다"고 분석했다. 게임 흥행에 게임성만큼 중요한 것이 마케팅이다. 그렇기에 업계는 서비스 초기, 게임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를 만들 때 스타 마케팅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위 학회장은 "게임 업계는 이용자가 게임을 오래 즐기도록 하는 것보다, 먼저 게임 다운로드수 증대를 목표로 한다. 마케팅에 따른 매출·다운로드 수가 대략 얼마나 나올지 계산하는 공식이 있을 정도다. 이 탓에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 연예인을 모델로 써 게임을 광고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대형 게임 기업이 비싼 광고를 남발하거나 경쟁이 과열되면, 결국 게임 생태계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임 기업이 마케팅에 돈을 많이 썼다면 매출을 올려 비용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정현 학회장은 "제조업 분야에서는 이미 ‘광고 비용을 절약해서 소비자에게 돌려준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암웨이 같은 회사가 등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게임 기업끼리 게임성이 아닌 마케팅 경쟁에 열을 올린다면, 더 좋은 게임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위 학회장은 "과거에는 이용자끼리 입소문을 퍼뜨려 좋은 게임을 알리고, 이것이 곧 게임 흥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을 앞세워 여러 채널에서 ‘융단 폭격’처럼 스타 마케팅을 하는 대형 기업 앞에서는 소형 게임사는 그저 소총 하나 든 군인 수준의 영향력밖에 발휘할 수 없다"며 "결국 자본 싸움이 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태연이 부른 신작 ‘그랑사가’ OST 영상. 유튜브 조회수 83만회를 기록했다. / 그랑사가 유튜브 채널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광고에 연예인을 쓰면 주목받을 수 있다. 동시에 마케팅 비용이 비싸지는 측면이 있는 만큼, 게임은 게임성으로 겨루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며 "최근에는 연예인을 섭외해 만든 노래를 게임에 넣고 부가 콘텐츠도 만드는 등 의미 있고 세련된 방식으로 마케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