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SC제일, 가상자산 특허 출원
상표로 ‘미래 가상자산 금융’ 주도권 잡기 포석

금융권이 가상자산 상표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가올 가상자산 금융 생태계를 대비하고 상표권을 보호하면서 이를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다. 다만 관련 사업을 실시하기에는 제도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아 당장의 사업화는 쉽지 않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SC제일은행 등은 가상자산 분야를 포함하는 새로운 특허를 출원·등록하고 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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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연내 커스터디 전개…다방면 진출 노려

가상자산 상표권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11월 11일~13일에 걸쳐 골드&와이즈, KB와이즈, KB스마트 등의 상표를 출원했다. 이들 상표는 공통적으로 ‘가상통화 관련 재무정보제공 및 자문업’과 ‘디지털자산 금융거래업’, ‘디지털자산의 재무관리 및 재무행정업’ 등을 포함했다.

1월에는 특허청에 가상자산 투자와 자문, 거래와 관련한 상표 ‘KBDAC’을 출원하기도 했다. 조진석 KB국민은행 IT 기술센터장은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연내 커스터디 출시가 가능하다"며 "다만 은행이 직접하기는 어려워 다른 모습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관련 업계는 KB국민은행이 자산관리와 대출 등에 해당 상표들을 활용하며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점친다. 다만 그 시기는 가상자산 금융 생태계를 꾸릴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다져진 후로 예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이 최근 고액 자산가들이 모여있는 지역에 ‘골드앤와이즈’라는 명칭의 PB(프라이빗뱅커)센터 복합점포를 신설을 근거로 "고액 자산가들의 디지털자산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국민은행은 블록체인 개발사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관리 기술 공동 개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결제 시장 선점 노리는 신한카드…"중개기관 없이 신용결제"

신한카드도 국민은행 못지않게 가상자산 관련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최근에는 일본 특허청에 중개기관 없이 신용결제가 가능한 모바일 결제 기술 특허(블록체인 기반 신용카드 거래 시스템)를 등록했다.

해당 특허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금융권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과 신용 결제를 접목시켰다. 신용한도를 통한 가상자산 발급부터 일시불, 할부 등 신용결제, 가맹점 정산까지 이어지는 신용카드 거래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블록체인으로 구현토록 설계됐다. 신한카드는 이를 통해 결제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글로벌 결제 시장을 선점한다는 포부다.

신한카드는 또 국내에서 가상통화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업, 가상자산 지불처리업, 가상자산서비스업, 결제를 위한 마일리지 중개업을 포함한 ‘페이데이즈’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향후 국내 결제 시장에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시장이 열릴 것을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신한카드 측은 "이번 특허를 활용하면 고객과 가맹점이 직접 연결되는 효율적인 결제 방식 설계가 가능하다"며 "모바일 기반 결제에 활용할 경우 고객이 사용하는 신한 페이판 앱과 가맹점주용 앱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실시간 연결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SC은행 "미래세대 겨냥한 상표 출원"

SC제일은행도 ‘퓨처메이커스’라는 상표를 최근 출원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경제적 포용과 불평등 해소가 목적이다. 청년층의 금융·경제 교육, 취업 및 창업 역량 배양을 지원한다. 모금업과 금융업, 투자유치업 등에서 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해당 상표는 가상자산을 주된 목적으로 활용하는 상표는 아니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거래 및 투자 서비스 제공업’ 용도를 포함했다. 퓨처메이커스가 미래 세대를 겨냥한 만큼 가상자산 염두는 필연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밀레니얼 세대와 그 이후 세대는 종이 화폐보다 가상자산을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전문 벤처캐피탈(VC) 블록체인캐피탈은 "밀레니얼 세대를 경기침체로부터 구해낼 동아줄은 가상자산이다"라며 "매번 실패하는 휘발성 경제 구조의 대안으로 가상자산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