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게임 한편에 韓 농진청 홈페이지 다운...서버 관리 '도마위'

입력 2020.11.27 06:00 | 수정 2020.12.02 17:03

닌텐도 스위치용 벼농사 게임 ‘천수의 사쿠나히메’
벼농사 잘 하기 위한 정보 얻기 위해 대거 접속 추정

일본 게임으로 인해 우리 농촌진흥청 홈페이지가 일시 마비되는 사건이 벌어졌던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정부기관의 서버 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13일 전 세계 동시 출시한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 ‘천수의 사쿠나히메’ 이용자들이 한국 농촌진흥청 홈페이지에 일거에 몰리자, 서버가 다운됐다.

천수의 사쿠나히메 이미지 /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
이 게임의 핵심 소재는 매우 사실적으로 구현된 ‘벼농사’다. 벼농사를 잘 해야 주인공 캐릭터가 성장하는 구조다. 때문에 공략에 필요한 농사 지식을 얻기 위해 다수의 게이머들이 대거 농촌진흥청 홈페이지에 접속했고, 급증한 트래픽을 서버가 감당하지 못해 홈페이지가 마비된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긴급히 서버 점검 공지를 올렸다. 13일 밤부터 다음날인 14일 오전까지 12시간 동안 서버를 점검한 후에야 홈페이지를 다시 열었다.

천수의 사쿠나히메의 글로벌 판매량은 26일 기준 약 50만장으로 파악된다. 국내 이용자에 대한 정확한 집계 자료는 없지만, 수 천장에서 많게는 수만장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명색이 정부기관인 농촌진흥청 홈페이지가 대규모 디도스(DDoS, denial-of-service) 공격도 아닌 최대 수만명 게임 이용자의 방문에 대해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서버 점검 공지 / 농촌진흥청 갈무리
다만, 일각에서는 충분히 예상하지 못한 만큼 관리 부실로 몰기에는 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낙 이용자가 많지 않아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농촌진흥청은 농촌진흥을 위한 시험·연구개발 및 보급, 농식품산업 발전 연구지원 및 농업인의 지도·양성, 농촌지도자의 훈련 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기관이다. 국가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청와대나 국가정보원, 기획재정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등의 기관이거나, 보건복지부 처럼 코로나19로 인해 관련 업무가 급증한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무 중요도와 관심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기업이나 기관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버를 구축하고 운영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요소가 바로 ‘비용 절감’이다. 24시간 쉬지않고 돌아가는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특성 상 ‘가동 시간=비용’이다. 처음 구축 할 때 부터 충분한 사전 조사와 검토를 통해 수요(방문자)를 예측하고, 그에 맞춰 충분한 여유를 고려해 서버의 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코로나로 인한 재난지원금 신청이나 연말정산을 위한 증빙자료 신청 등 대규모 접속이 예고되는 상황인 경우, 그에 대비해 미리 서버 용량과 회선을 충분히 증설해 급증하는 트래픽으로 인한 장애를 예방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특수한 수요가 줄어들 즈음에는 증설한 용량 및 회선을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려놓아 추가적인 유지 및 운영비용 발생을 막는 것이 일반적인 데이터센터의 운영 모습이다.

그런 상황에 사전 징조도 없이 갑자기 접속자가 폭증해 서버가 다운되는 상황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고, 그만큼 완전히 예방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사기업인 경우, 방문객 추이를 분석해 주기적으로 서버의 사용량을 예측하고, 그에 맞춰 서버의 규모나 용량을 충분히 확대한다"며 "다만, 농진청 처럼 평소 방문자가 많지 않은 정부 기관 사이트에 갑작스럽게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된 것 같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정부기관 사이트들이 어느 정도 클라우드로 전환을 해둔 상태였다면 서버 다운과 그로 인한 복구 시간을 좀 더 단축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통적인 온프레미스(On-premise, 자체적으로 전산실 등을 통해 서버나 스토리지 등을 구축해 운영하는 방식) 형태의 데이터센터는 추가 용량 및 회선을 증설하려면 담당자들이 일일히 수작업으로 확장 작업을 진행하고 테스트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다. 농촌진흥청의 서버 점검이 12시간이나 걸린 것도 수작업으로 확충 작업을 하다 보니 그만큼 오래 걸렸다는게 업계 측의 분석이다.

반면, 클라우드의 경우, 그때그때 트래픽이나 서비스 수요를 관리자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고, 클릭 몇 번 만으로 용량이나 회선 대역폭 등을 실시간으로 손쉽게 확장할 수 있다. 그만큼 유연한 대처가 가능한 것은 물론, 복구 시간을 줄이고, 좀 더 여유있는 사이트 운영이 가능하다. 실제로, 대다수 온라인 게임이 이러한 장점 때문에 게임 서비스에 클라우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중이다.

넥슨 한 관계자는 "모바일게임의 경우 클라우드 환경을 이용해 서비스 중이다"며 "클라우드서버는 AWS 비중이 가장 높고, 해외 국가 중에서 일부는 각 국가에 강점을 가진 업체의 클라우드서버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넥슨은 모바일게임 서버 대부분을 클라우드 환경에 놓고 서비스한다. 사진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 넥슨
다만, 상당수 민간 기업과 달리, 대한민국 정부 기관의 클라우드 전환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지난 9월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KT, 삼성SDS, 네이버클라우드 등 국내 주요 민간 클라우드 사업자와 정부 관계 부처 실무자들이 만나 정부기관 클라우드 도입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출범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주도로 만들어지는 이 '민·관 클라우드센터 협의체'는 디지털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2021년부터 2025년 까지 추진하는 ‘공공부문 클라우드 전면 전환’의 실무 협의를 맡게 될 예정이다.

[알려왔습니다] 11월 26일 日 게임 한편에 韓 농진청 홈페이지 다운...서버 관리 '도마위' 기사와 관련 농촌진흥청에서 입장을 밝혀와 알립니다.

농촌진흥청측은 IT조선의 접속자가 몰려 서버가 다운됐다는 기사와 관련 당일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해 예정된 정기점검 조치였다고 밝혀 왔습니다. 농진청은 11월 2일 관련 내용을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공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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