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사 양측이 지난 25일 2020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다음주 초 노조 찬반투표가 통과되면 올해 임단협이 최종 마무리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GM 노조 찬반 투표에 관심이 쏠린다. 기아차 노조가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르노삼성차 노조가 파업카드를 공공연히 꺼내들고 있어서다. 회사를 넘어서 국내 완성차 업계 생산 정상화에 한국GM 찬반투표가 큰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GM 부평공장 전경 / 한국GM
한국GM 부평공장 전경 / 한국GM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가 다음주 2020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단 노조 내부에서도 공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잠정합의안에도 회사의 경영정상화 이행에 차질이 없어야 하며,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조의 적극 협조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반영됐다.

임단협 타결을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그러나 한국GM 노조가 잠정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질 경우 올해 중 새로운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은 최대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연말 연휴에 돌입한다. 미국에 본사를 둔 GM 입장에서도 12월 교섭을 진행할 여력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한국GM은 연초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하며 2020년을 경영정상화 원년으로 선포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회사는 신차 트레일블레이저로 올 상반기 내수에서만 1만대 신규수요를 창출하는 등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7월 상견례 후 노조와 줄다리기를 시작하며 하반기에만 파업으로 2만5000대 정도 생산 차질을 빚었다. 한국GM 경영정상화 1차 목표인 손익분기 달성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GM이 한국시장에 대한 신뢰를 더 이상 잃지 않으려면 이번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통과돼야한다"며 "장기 파업의 손실이 노조원을 비롯한 회사 구성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이미 한국GM 생산 현장직들은 수백만원 가량 임금 손해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5개 완성차 회사 중 현대자동차와 쌍용차는 일찌감치 2020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한국GM과 기아차 노조가 4분기 들어 부분파업을 진행했고, 르노삼성 노조 역시 중노위 ‘조정불가' 결정 등 단체행동을 위한 사전준비를 마쳤다. 이번주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한국GM 노조의 향후 행보에 따라 연말 자동차 업계의 생산 정상화 여부가 달린 상황이다.

또 다른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한국은 다른 자동차 선진국보다 빠르게 생산중단에서 벗어나는 저력을 보였다"며 "한국GM 역시 글로벌 GM 생산공장 중 코로나 위기에서 정상적으로 가동된 유일한 작업장으로 그룹 내 중요성이 한층 커진만큼 이번 임단협을 통과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