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테크] 세상에서 가장 비싼 퍼터와 ‘돈’을 부르는 퍼터

입력 2020.11.28 06:00

타이거 우즈 진품 퍼터 300만~500만달러 추정…1700년대 퍼터 약 18만 달러에 거래
수제 퍼터, 수집가들에 인기… 어드레스 했을 때 안정감 있는 제품이 ‘굿 퍼터’

9월 미국 뉴저지주 덴빌의 골프전문 경매업체인 골든에이지옥션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사용하는 퍼터의 ‘복제품’이 15만4928달러(1억7000만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진행한 퍼터 경매 낙찰가 중 최고 기록이다.

진품도 아닌 복제품이 이렇게 고가에 팔린 이유는 뭘까. 우즈가 메이저 대회 15승 중 14승을 함께한 ‘스코티 카메론 뉴포트2’와 똑같이 제작된 ‘쌍둥이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우즈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우즈가 실제 쓰는 퍼터처럼 핑 그립(PP58 모델)을 끼웠다.

타이거 우즈는 스코티 카메론 뉴포트2 퍼터로 메이저 15승 중 14승을 일궜다. 이 퍼터가 만약 경매 시장에 나온다면 300만~500만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퍼터의 복제품은 최근 약 15만달러에 거래됐다. 사진은 우즈가 퍼팅을 한 후 공이 굴러가는 걸 지켜보고 있는 모습. / USA투데이 스포츠
복제품이 이 정도 가격인데, 실제 우즈가 사용하는 진품 퍼터가 경매에 나오면 얼마에 팔릴까. 골든에이지옥션은 300만~500만달러(33억~55억원)에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우즈가 또 다른 메이저 1승을 거둘 때 사용했던 스코티 카메론 뉴포트 테릴리움(Tel3) 모델은 2만달러(2200만원)쯤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의 1997년 마스터스 우승을 기념해 만든 퍼터로 솔(헤드 바닥)에는 ‘1997 Masters Champion Tiger Woods’라는 글씨와 우즈의 사인, 그리고 당시 우승 스코어인 ‘270’이 새겨져 있다. 딱 270개만 만들어진 한정판이다.

2007년 소더비 경매에서 18만1000달러에 낙찰된 퍼터 모습. 170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헤드에는 제작자인 앤드루 딕슨의 영문 이니셜인 ‘A.D.’와 후대 소유자인 제임스 매컬(JAMES McCAUL)의 이름이 각인돼 있다. 샤프트에 새겨진 ‘J J’는 최초 소유주의 이름의 추정하고 있다./소더비닷컴
실제 거래된 퍼터 중 지금까지 가장 비쌌던 것은 어떤 제품일까. 2007년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는 1700년대에 제작된 퍼터가 18만1000달러(2억원)에 거래됐다. ‘앤드루 딕슨 롱 노즈드 퍼터’로 불리는 제품이다. 헤드에는 제작자인 앤드루 딕슨의 영문 이니셜(A.D.)과 후대 소유자였던 제임스 매컬(JAMES McCAUL)의 이름이 각인돼 있다. 샤프트에는 최초 소유주의 이니셜로 추정되는 ‘J J’가 새겨져 있다.

수제 퍼터도 고가에 거래된다. 일본 브랜드인 야마다를 비롯해 미국 브랜드인 피레티, 베티나르디, TP 밀스, 스코티 카메론 등 브랜드가 있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는 스코티 카메론이다. 수제 퍼터로 인정받는 스코티 카메론은 투어 전용으로 출시된 ‘서클 티’ 라인으로 원 안에 알파벳 ‘T'가 새겨져 있다.

퍼터는 다른 클럽과 달리 디자인이 화려하고 자유롭다. 사진은 스코티 카메론의 퍼터 디자인 모습 / 김세영
서클 티 라인의 스코티 카메론 퍼터의 가격을 살펴보면, 깜찍한 쥐를 새겨놓은 투어 랫(Tour Rat) 모델은 450만원,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수퍼 랫은 500만~550만원, SSS는 700만~750만원, GSS는 1400만~1800만원이다. 가장 고가인 아트 퍼터 라인은 3000만원 수준이다. SSS는 ‘스튜디오 스테인리스 스틸’의 약자고, GSS는 ‘저먼 스테인리스 스틸’의 줄임말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 양산용 스코티 카메론 퍼터는 40~50만원 수준이다.

이들 제품이 이렇게 고가인 이유는 뭘까. 수제 퍼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퍼터갤러리의 이종성 대표는 "퍼터는 다른 클럽과 달리 디자인이 다양하고 화려하다"며 "특히 수제 퍼터 가격은 예술적 감각이 제품에 녹여있는 데다 희소성과 스토리까지 가미돼 있어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퍼터 헤드의 규격을 나타내는 이미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뒤가 더 길쭉한 디자인이면 안 된다. / 박태성 프리랜서
퍼터의 디자인 자율성은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멋대로 만들 수는 없다. 엄연한 규정이 있다. 헤드 디자인의 경우 힐(헤드 안쪽)에서 토(헤드 바깥쪽)까지의 길이는 페이스에서 뒷면까지의 길이보다 길어야 한다. 헤드를 전체 비율로 봤을 때 뒤로 더 길쭉한 모양이면 안 된다는 뜻이다. 힐에서 토까지의 길이는 최대 7인치(177.8mm)다. 또한 페이스의 가로 길이는 페이스 면부터 헤드 뒤까지 길이의 3분의 2보다 길거나 같아야 하며, 헤드의 힐과 토까지 길이의 2분의 1보다 길거나 같아야 한다. 페이스 폭을 좁게 설계하면 정타 확률이 높아질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비싼 수제 퍼터라고 해서 반드시 성능이 뛰어난 건 아니다. 소위 ‘돈’을 부르는 퍼터는 과연 어떤 걸까. 우원희 핑 골프 테크팀장은 "퍼터에는 데이터보다는 감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흔히 어드레스를 잡았을 때 ‘각이 나온다’고 표현하는데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게 좋은 퍼터다"고 했다.

핑의 PP58 그립 모습. ‘미스터 핑’ 로고와 핑 글씨가 하얀색으로 새겨져 있다. 타이거 우즈의 퍼터 그립에는 이 부분이 검게 처리돼 있다. / 핑닷컴
여기서 다시 한 번 우즈가 소환된다. 주니어 시절 핑 앤서2 퍼터를 사용했던 우즈는 스코티 카메론 퍼터로 바꾼 후에도 손의 감각을 중요하게 여겨 핑 그립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핑이 우즈에게 돈을 주지 않는 데도 말이다.

핑의 오리지널 PP58 그립에는 퍼팅을 하는 골퍼의 모습을 캐리커쳐로 그린 ‘미스터 핑(Mr. Ping)’ 로고와 'PING' 글씨가 흰색으로 새겨져 있지만 우즈가 사용하는 그립에는 이 부분이 검게 처리돼 있는 게 다를 뿐이다.

이 사실만 놓고 보면 우즈는 어쩌면 하찮게 여길 수도 있는 그립에 대한 ‘로열티(loyalty: 충성도)’가 강한 것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세상사에서도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는지 모른다.

김세영 기자 sygolf@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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