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을 앞둔 KT의 유무선 사업 분리와 계열사 구조조정 여부에 통신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조직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구조 변경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미션 달성을 위해 경영진은 조직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개편을 고심 중이다.

27일 KT에 따르면 12월 초 임원인사를 단행한 후에 2021년 조직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KT 광화문 사옥 / IT조선
KT 광화문 사옥 / IT조선
구현모 KT 대표는 최근 경영진 간담회에서 그룹전체 리스트럭처링(구조조정)을 직접 언급했다. 조직개편 이슈가 뜨거운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시 구 대표는 취임 후 세번째 숙제로 KT의 구조적 변화를 꼽았다. 그는 "그룹 전체의 리스트럭처링(구조조정)하는 것을 준비 중이다"며 "2021년 쯤엔 구조적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경쟁사인 SK텔레콤처럼 비통신 사업을 하는 자회사를 분사시켜 상장(IPO)하는 방식도 검토는 했지만, 지금처럼 비정상적으로 돈이 몰리는 않는 주식 시장에서도 믿고 투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 대표의 리스트럭처링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KT가 유선사업 부문의 분리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온다. 구 대표는 전체 실적을 갉아먹는 유선전화(PSTN)를 비롯해 인터넷 포함한 유선사업 부문을 분리해 유휴 인력 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황창규 전 회장도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해 주가를 끌어올린 바 있다. 주가 제고에 대한 고민이 깊은 구 대표 역시 인력 효율화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유선사업 분리는 노조 측의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돼 KT에서도 섣불리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황창규 전 회장은 8000명 이상 규모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노조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KT는 최근 제기되는 유선 사업 분리와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을 부인했다. KT 관계자는 "유선사업 분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미 유선사업은 조직 규모 자체가 많이 줄어있는 상황이며 대부분의 업무를 지역본부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PSTN 계속 유지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일뿐 조직 자체를 어떻게 한다는 것과는 무관하다"며 "구 대표의 리스트럭처링 언급 역시 계열사에 관한 것이지, 인력을 조정한다는 것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지배구조 대대적 개편, 현실적으로 어려워

KT는 시장에서 거론되는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예상하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KT는 지주회사로 전환한 후 플랫폼 사업을 주관한다. 세부 사업부는 물적 분할로 독립한다. 유선 통신, 무선 통신, 미디어 사업(IPTV+스카이라이프), 부동산(본사 부동산+에스테이트), 위성, 금융(BC카드/K뱅크) 등이 하위에 배치된다. 지배구조를 개편할 경우 신사업 육성, 기업가치 재평가, 규제 완화, 유휴 인력 감축 등을 통한 주가 상승을 꾀할 수 있다.

KT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관련 리포트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KT는 일반기업처럼 오너가 소유한 기업이 아니다. 국민연금이 대주주며, 노조원도 주주다. 주총을 열어 의견을 묻더라도 과반 동의를 얻기 쉽지 않다. KT는 국민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해 국회나 정부 등 동의를 받아야 할 곳도 많다.

KT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에 관한 것은 오래 전부터 계속 검토했던 내용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 실현단계까지 간 적이 없다"며 "관련 사업부서에서는 업무 일부가 각종 리포트를 검토하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간 것일 뿐, 경영진의 의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지주사 전환 등 본체 자체에 대한 움직임은 어렵다"며 "다만, 그룹 시너지를 이용해 장기적으로 주식가치를 올리기 위해 분사든 합병이든 그룹사의 변화는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